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0%대 초반의 지지율 방어에 성공했고 안희정 충남지사는 문 전 대표와의 격차를 좁혔다. 리얼미터가 20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문 전 대표는 0.4%포인트 하락한 32.5%를, 안 지사는 3.7%포인트 상승한 20.4%를 나타냈다. 안 지사는 리얼미터 여론조사로는 첫 20%선을 돌파했다.
문 전 대표와 안 지사가 대선후보 지지도 1·2위 자리를 점유하면서 민주당의 경선이 대선이라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이러다 보니 같은 야권인 국민의당을 비롯해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등의 대권주자와 내부 경선은 국민적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
문 전 대표의 1위 독주와 안 지사의 가파른 상승은 두 후보가 ‘시너지 효과’를 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문 전 대표와 안 지사 모두 상대 진영에 대한 비판을 자제하며 우선 자신의 지지율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론조사 지표상에서도 문 전 대표는 진보진영의 결집을 이뤄내고 있고 안 지사는 중도·보수층의 지지를 끌어내고 있다. 문 전 대표 측의 한 관계자는 이날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안 지사의 지지율 상승은 당내 경선 흥행 측면에서 바람직한 일”이라며 “서로의 파이를 최대한 키워 합치면 본선에서 유리하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안 지사도 문 전 대표에 대해 “우리는 서로 신뢰하고 사랑하는 사이”라며 네거티브를 자제하겠다는 경선 기조를 밝혔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적 친구와 정치적 아들이 벌이는 경쟁이지만 민주당이 본격적인 경선에 돌입한다면 문 전 대표와 안 지사의 ‘허니문 기간’은 끝날 것으로 분석된다. 경선이 과열될 경우 ‘식인 효과(cannibalism effect)’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식인 효과는 한 회사의 신제품이 등장하면 기존 제품의 점유율이 하락해 전체적인 이익이 하락할 수도 있다는 시장용어다. 1위를 수성하려는 문 전 대표와 안 지사가 격돌해 특정 한 명의 지지율이 상승하더라도 민주당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전체 지지층이 감소할 수 있다는 뜻이다.
안 지사의 “이명박·박근혜 대통령도 선의(善意)가 있었다”는 발언이 두 주자 간 경쟁의 시발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안 지사의 ‘선의’ 발언에 문 전 대표 측 인사들이 “도를 넘었다”고 비판을 가하면서 ‘진보 후보 문재인, 중도·보수 후보 안희정’이라는 프레임이 형성되는 모양새다. 문 전 대표와 안 지사가 신경전을 벌이며 이분법적 프레임에 갇힌다면 두 후보 모두 외연 확장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리얼미터 여론조사는 지난 13∼17일 전국 성인남녀 2,521명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2.0%포인트다. 이번 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nesdc.go.kr)를 참조하면 된다. /박형윤기자 manis@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