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러시아 커넥션’ 의혹 속에 낙마한 마이클 플린 전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 후임에 허버트 R 맥마스터 육군 중장을 임명했다. 플린에 이어 군 출신이자 현역 장성이 안보사령탑에 오름에 따라 트럼프 정부의 외교·안보 강경 기조는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대통령의 날’ 휴일을 맞아 ‘겨울 백악관’으로 불리는 플로리다의 마라라고 리조트에 머물면서 맥마스터 보좌관 인선을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안보에 관한 백악관의 잇따른 실책을 고려한 듯 맥마스터 신임 보좌관을 “엄청난 재능과 경험을 가진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맥마스터 임명으로 플린 전 보좌관 경질 이후 계속돼온 트럼프 행정부의 안보 공백도 수습국면을 맞게 됐다. 지난 13일 플린 전 보좌관이 임명 전 주미 러시아대사와 만나 러시아 제재 해제를 논의하고 이를 거짓 보고했다는 스캔들로 경질된 후 후임자로 내정했던 로버트 하워드 해군 예비역 제독마저 백악관 합류를 고사함에 따라 NSC는 일주일 동안 키스 켈로그 NSC 사무총장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됐다. 애초 유력한 NSC 보좌관 후보로 거론됐던 켈로그 총장은 신임 보좌관 비서실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트럼프 대통령은 “두 사람의 조합이 매우 매우 특별하다”고 힘을 실어줬다.
기갑병과 출신으로 역사학 박사이기도 한 맥마스터 신임 보좌관은 이라크전과 걸프전을 치르면서도 정치적으로 결정된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이라크전 참전을 비판해 ‘미 육군의 지성’으로 불리는 등 국내에서 신망이 두텁다. 이라크전 당시 지휘관으로 대테러전 전략을 새롭게 꾸미는 등 혁혁한 전과를 세운 그가 부시 행정부 시절인 2006년과 2007년 준장 진급에서 잇따라 누락한 것은 그의 소신 행보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이후 미군 군사교리와 야전교범 혁신에 매진하며 아프가니스탄 전장에 뛰어든 그는 국방부 중부사령부(CENTCOM)에서 여러 직책을 거친 뒤 사령관을 지냈으며 지명 전까지 육군교육사령부 부사령관으로 ‘육군전력통합센터’를 이끌어왔다.
워싱턴 정가에서는 러시아와의 내통 의혹을 받고 있는 트럼프 정부가 국가관이 투철한 정통 군인을 백악관 안보보좌관으로 내세워 안보 우려를 불식하려는 포석이 이번 인사에 깔렸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맥마스터 보좌관은 이날 임명 후 “미국을 위해 계속 봉사할 수 있는 특권이 주어진 데 감사드리며 NSC에서 미국인의 이익을 촉진하고 보호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할 수 있기를 고대한다”고 말했다. /뉴욕=손철 특파원 runiro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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