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리 칭송되는 유명한 위인의 이야기보다 가족·친구·교사 등 주변의 평범한 미담이 도덕 교육에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앨라배마대 ‘사회·감정·교육 신경과학 연구실’의 한혜민(사진) 교수 연구팀은 “친구나 가족 등 도덕적으로 불완전한 사람이 보여 주는 모범이 역사적인 인물의 특별한 모범보다 학생에게 더 나은 동기를 부여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 논문은 국제 학술지 ‘프론티어 인 사이콜로지’에 지난 14일 실렸다.
연구팀은 서울에 있는 한 공립 중학교의 4개 반 학생 111명을 두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에는 이들의 가족, 친구, 교사 등 가까운 인물의 기부나 자원봉사 사례를, 다른 그룹에는 마틴 루서 킹 목사, 테레사 수녀 등 위인의 전기를 각각 정기적으로 교육했다.
실험 전후 설문 조사 등을 통해 교육 효과를 측정한 결과, 주변 인물의 기부나 자원봉사 등에 관한 이야기를 들은 학생들이 도덕적인 측면에서 더 고무됐고 배운 내용을 실천하려는 경향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들이 위인전에 나오는 도덕적 모범 사례를 자신과 거리가 먼 이야기로 여기고 오히려 부담을 느낀 결과라는 것이다.
연구팀은 도덕 교육에서 제시되는 모범 사례가 과연 ‘달성 가능한 것’인지, 또 이런 사례가 피교육자 자신의 삶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느끼는지 등 두 가지 요소가 중요하다고 결론냈다.
이 논문의 제1저자인 한 교수는 지난 2000년 15살의 나이로 서울대에 최연소로 합격해 학부에서 국민윤리교육학, 천문학,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2005년 졸업했다. 이후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석사,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지난해 앨라배마대 조교수로 임용됐다. 현재 교육학과 뇌과학을 아우르는 융합 학문을 연구하고 있다.
/김능현기자 nhkimch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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