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 등 야권을 중심으로 9건이 발의된 전월세상한제 입법안은 임대차 재계약 시점에 임차료 인상률을 연간 5% 이하로 제한하는 내용이다. 또 전월세 계약이 끝났을 때 임차인이 1회에 한해 집주인의 동의 없이도 계약 연장을 보장하도록 하는 계약갱신 청구권도 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제도 도입 공약을 내걸었지만 백지화하는 등 과거 정부에서 수차례 논란과 폐기를 반복했다. 도입 찬성측은 계약관계상 약자인 임차인의 거주권을 보장하고 주거비용 인상에 따른 탈서울·도시 현상을 늦추는데 전월세상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에 반대측은 이 제도가 재산권을 지나치게 제약하고 집주인이 최초 계약시 한꺼번에 임대료를 올려 단기 전월세 가격 급등의 부작용만 발생할수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양측의 견해를 싣는다.
전세가격이 지난 2011년 이후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자 언론들은 ‘무한질주 하는 미친 전세 값’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일부지역에서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80%를 넘는 곳이 나타나자 깡통전세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이같은 전세가격 상승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예측하기 어려웠지만 2015년 이후부터 증가하기 시작한 주택공급으로 올해 하반기부터는 오히려 입주물량 과잉으로 전세가격이 하락할 것이라는 예측과 함께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깡통전세가 정말 나타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엄습하고 있다.
그동안 전세값 급등의 원인중 가장 큰 요인은 바로 수요보다 공급이 적은 데 있으며 주택에 대한 인식변화도 한몫하고 있었다. 이런 와중에 정부는 전월세 가격 안정을 위해 여러 가지 대책을 내놓았지만 큰 효과를 보지는 못했다. 따라서 전세난을 해결할 대책이 다각도로 검토되는 가운데 국회 법사위원회가 지난 20일부터 전월세상한제와 전세 계약갱신청구권 시행을 집중 논의했다.
전월세상한제는 주택임대차 계약시 전세금 인상률을 5% 이하로 제한하고 계약갱신청구권은 현재 2년 단위의 계약기간을 1회 연장(2~4년)해 임대차기간을 총 4~6년으로 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전세가격이 오른다고 무작정 임대료 규제정책을 내놓을 것이 아니다. 전세난 발생 원인부터 살펴보고 해결방법이 없을 때 규제대책을 내놓는 것이 바람직하다. 반대로 전세가격이 내리면 그때는 어떻게 할 것인가. 지난 몇 년간 지속적으로 전세난이 발생했던 근본 원인은 수급불균형 탓이었다. 전세가격은 입주 가능한 주택의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이 많아지면 문제는 해결된다. 그래서 정부는 전월세 안정화를 위한 대책으로 지속적 임대주택공급 정책과 세제·금융·청약제도 개선·월세 소득공제 등을 통한 주택구입자에 대한 지원강화, 준공공임대주택 등 민간임대시장의 활성화, 분양가상한제 등 과도하고 불합리한 규제의 개선, 행복주택과 뉴스테이 등 보편적 주거복지 실현, 주택바우처제도 시행 등 다양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그런데 이에 대한 평가는 매우 야박하다. 세상에서 가장 힘든 정책이 어쩌면 경제 활성화 정책과 주택시장 안정화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활성화나 안정화 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를 기다리지 못하고 시장을 강제하려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전월세상한제를 반대하는 이유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전월세상한제는 이미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정한 5% 범위의 차임증액청구 기준에 대해 제한을 가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물론 차임증액에 대한 제한은 임대차 존속기간에 한해 적용되는 것이고 재계약이나 갱신계약에 대해서는 적용되지 않는다. 그러나 존속기간 만료에 의한 계약갱신에 대해 상한제를 확대 적용하자는 취지와 임차인에게 1회 계약갱신청구권을 부여하자는 것은 기본적으로 자유로운 부동산 거래질서 확립에 반하는 규제다. 이로 인해 전월세계약이 4년간 이뤄지고 계약갱신 때 연간 5% 이내에서 전·월세를 인상하도록 하며 임대인이 인상률 상한제를 위반할 경우 임차인이 차액반환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은 결과적으로 거래활성화를 막자는 것과 같다. 둘째, 전월세상한제를 계약갱신에 적용하게 되면 신규 전세계약을 체결하는 임대인 입장에서는 증액 제한 폭을 고려해 전월세가격을 정하려고 할 것이므로 전월세가격이 급등할 우려가 있다. 셋째, 부유한 전세입자까지 약자로서 보호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전월세상한제는 형평에 반하기 때문에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전월세상한제의 적용대상과 범위를 설정해야 한다. 넷째, 전세 공급이 부족한 상태에서 임대인에게 전세를 유도할 수 있는 인센티브를 부여하기 보다는 상한제에 의한 규제를 확대한다면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는 구조적 변환을 가속시킬 것이다. 그렇게 되면 오히려 전세난이 가중될 수 있다. 다섯째, 임대차 기간 중 물가상승률이나 조세부담 증가 등이 차임인상률 보다 높을 경우 임대인의 재산권 행사나 영업자유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 될 수 있다.
부동산 정책은 큰 틀에서는 정책방향이 일관성 있게 추진돼야 하지만 부동산은 특성상 지리적 위치의 고정성이 있기 때문에 지역마다 그 시장상황은 모두 다르다. 따라서 시장이 왜곡될 때 개입하는 것이 정책이라면 그 정책은 지역마다 다른 정책을 써야 한다. 이것이 곧 지역 맞춤형 정책이다. 주택임대료 규제정책의 일환인 전월세상한제 확대적용은 부동산시장 상황, 법리적 측면, 국민정서 등을 충분히 고려해 바람직한 방향으로 설정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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