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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보지 않은 길 가는 삼성] 티끌도 안남기고 과거와 단절...정공법 택한 JY '처절한 혁신의지'

<1> 시험대 오른 계열사 '각자도생'

이사회내 경영위원회가 실질 전략창구 될듯

계열사간 업무는 사장단 협의체 통해 조율

미전실 해체로 기동성·실행력은 약화 우려





미래전략실을 티끌도 남기지 않고 완전 해체한 삼성그룹이 대표이사와 계열사 이사회 중심의 자율경영체제로 돌아섰다. 28일 전격적으로 이뤄진 삼성SDI 사장 인사 역시 계열사가 직접 발표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지금까지 사장단 인사는 그룹 차원에서 한꺼번에 발표했다.

삼성은 ‘권한은 있고 책임은 지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던 미전실을 해체하고 계열사 자율경영체제를 도입하는 ‘정공법’을 통해 총수 구속이라는 초유의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각오다. 이재용 부회장의 재판이 끝난 후에는 이사회 중심의 삼성 경영쇄신안이 한층 구체화할 수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10월 삼성전자 등기이사에 올랐고 글로벌 기업들의 이사회 중심 경영기법을 연구해왔다.

하지만 그룹 차원에서 최적화된 오더를 내리던 미전실이 해체되면서 삼성의 장점인 기동성과 실행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삼성은 미전실을 대체할 별도의 조직 설치나 삼성전자·삼성물산·삼성생명을 주축으로 한 ‘3두마차 체제’에 대해서도 공식적으로 부인했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삼성이 어떤 방식으로든 미전실의 ‘순기능’은 살릴 것으로는 보이지만 이 부회장의 재판이 마무리될 때까지는 각 계열사들이 각자도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사회 중심 계열사 자율경영체제에서 주목되는 곳은 각 계열사 이사회 내의 경영위원회다. 삼성전자·삼성물산·삼성생명 등 삼성 주력계열사의 경영위원회는 모두 대표이사 등 사내이사로만 구성돼 있다.

삼성전자 경영위원회에는 권오현 부회장, 윤부근 사장, 신종균 사장, 이상훈 사장이, 삼성물산 경영위원회에는 최치훈 사장, 김신 사장, 김봉영 사장, 이영호 경영기획실장 등이 참여한다. 삼성생명의 경우 김창수 사장과 김대환 경영기획실장이 경영위원회를 맡고 있다.

경영위원회는 회사의 경영방침 및 전략과 사업계획, 사업 구조조정 등을 심의·결의하는 이사회 내 위원회다. 자회사 매입 또는 매각이나 직원 급여체계 결정도 경영위원회를 거친다. 지금까지는 계열사의 경영전략과 관련해 미전실의 입김이 절대적인 영향을 끼쳤지만 앞으로는 이사회 내 사내이사들로 구성된 경영위원회가 실질적으로 회사의 전략을 짜는 창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전실이 사라진 후 계열사 간 업무조율 기능은 사장단 및 임원들 간 협의체를 통해 풀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와 디스플레이·전기·SDI·SDS 등 전자·전기·IT 분야 계열사 사장단끼리 모여 사업 시너지를 도모하는 식이다. 삼성의 주력계열사인 삼성물산의 경우 잇따른 계열사 합병으로 외형이 커지면서 4개 사업 부문(건설·패션·상사·리조트)으로 운영되는 회사 경영의 시너지를 최대화하기 위해 각 부문 사장들이 참여하는 ‘시너지협의회’를 구성, 운영하기도 했다.

삼성 관계자는 “전자·바이오·금융 등 삼성의 3대 축과 관련된 계열사 사장단 간의 협의 및 조율은 있을 수 있겠으나 공식적이고 주기적인 협의체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룹 사장단 회의가 없어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재계에서는 삼성 내부에서 전문경영인들 중심의 경영체제도 상당히 자리 잡은 만큼 당장 삼성에 큰 혼선은 없을 것으로 본다. 하지만 연 매출 300조원, 임직원 50만명에 달하는 글로벌 기업의 컨트롤타워가 해체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삼성 미전실은 계열사 전문경영인을 견제하고 그룹 차원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데 지대한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전략적 인수합병(M&A)에 대한 조율 기능, 계열사 간 임직원 전환배치, 계열사 간 업무 분장·조정, 강력한 감사·경영진단 시스템 등도 미전실이 있어 가능했던 부분이다.

재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이사회 중심의 경영을 강화한다지만 미전실 해체 이후 이 부회장이 그리는 삼성 경영의 그림이 어떤 것인지 가늠하기가 어렵다”며 “부품부터 완제품까지 생산하는 수직적 계열화와 빠른 사업구조 재편이 삼성의 강력한 무기였는데 컨트롤타워 없이 그런 강점이 유지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윤홍우기자 seoulbir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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