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1일(현지시간) 발표한 ‘2017 무역정책 어젠다와 2016 연례보고서’에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정책 우선순위를 완전히 재편했다.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에 입각해 세계무역기구(WTO) 대신 미국법을 우선하고 특정 교역국에 징벌적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슈퍼 301조 발동에 힘을 실으면서 노골적으로 통상압력 확대를 예고하고 있다.
USTR 보고서는 매년 정례적으로 나오는 것이지만 자유무역 폐기를 거침없이 공언해온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첫 무역 기조를 담는다는 점에서 관심이 집중됐다. 이날 공개된 보고서에서 과거 자유무역의 전도사를 자임했던 USTR는 안면을 몰수했다. 특히 무역정책 우선순위로 △국가 주권 수호 △미국 무역법의 엄격한 집행 △해외시장 개방 확대 △새롭고 더 나은 무역협정 협상 등을 내걸어 교역 상대국의 시장 개방은 확대하면서 미국의 수입 장벽은 높이겠다는 일방주의를 숨기지 않았다.
USTR는 무역정책 방향을 급선회한 배경에 대해 “미국민들이 우리의 무역정책에 좌절하는 것은 자유무역과 열린 시장을 믿지 않아서가 아니라 국제 통상법규의 프레임이 운용되는 방식을 거부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인 상당수와 대통령이 ‘수박 겉핥기’ 식의 현 자유무역 체제를 비판적인 시각으로 보고 있다는 얘기다. USTR는 보고서 서문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새로운 접근방법을 촉구했고 행정부는 그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 밝혀 ‘트럼프의, 트럼프에 의한’ 무역정책 재편임을 사실상 인정했다.
USTR는 특히 세계 무역질서를 떠받치고 있는 ‘세계무역기구(WTO) 룰’도 무시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USTR는 “미국민들은 WTO 판정이 아닌 미국법의 지배를 받는다”면서 WTO가 불공정 무역관행에 대한 미국의 효과적 대응을 저해한다면 적극적인 행동을 취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USTR는 또 중국·독일·멕시코 등 적자 폭이 큰 무역 상대국들이 시장 개방을 거부할 경우 ‘상호성’을 원칙으로 양자 간 협의에서 무역법 301조를 앞세워 고율 관세 부과와 수입 제한 조치 등을 취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슈퍼 301조를 포함한 무역법 301조에 대해 USTR는 “교역 상대국이 더욱 시장 친화적인 정책을 채택하도록 할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이라고 평했다. /뉴욕=손철 특파원 runiro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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