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이 4개월째 늘면서 회복세가 완연한 반면 소비는 좀처럼 살아나고 있지 않다.
통계청이 2일 발표한 ‘1월 산업활동 동향’을 보면 국내소비(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2.2%나 줄었다. 3개월 연속 뒷걸음질로 지난 2008년 12월 이후 처음이다. 현재의 소비상황이 글로벌 금융위기 때만큼 좋지 않다는 얘기다.
수출과 소비가 엇박자를 보이는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반도체로 인한 경기 ‘착시현상’으로 설명하고 있다.실제로 지난 2월 수출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20.2% 증가한 432억달러를 기록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반도체 실적이다. 우리 수출에서 비중이 15%나 되는 반도체의 수출액은 64억달러다. 지난해 2월(41억달러)보다 무려 23억달러가 늘었다. 2월의 전체 수출실적을 확 끌어올린 것이다.
더욱이 반도체는 자동차산업 등에 비해 낙수효과(trickle-down effect)가 높지 않다. 반도체의 수출실적이 늘어도 고용증가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새로 만들어내는 부가가치 역시 다른 업종에 비해 낮다. 이와 함께 반도체 수출액 증가는 물량보다 단가 상승의 여파가 컸다. 주력상품인 64Gb 낸드플래시의 경우 지난해 말 2.72달러였던 개당 가격이 지난달 24일 기준 3.25달러로 19%나 올랐다.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수출액 증가는 출하량보다 단가 상승에 기인한다”고 말했다. 수출액이 늘어도 직원들이나 하청업체의 일감은 큰 차이가 없는 이유다.
수출이 내수에 미치는 영향이 줄어든 것도 수출과 내수가 엇박자를 내는 요인이다.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수출의 부가가치 해외유출 비중은 2009년 29.7%에서 2011년 41.6%로 높아졌다. 과거에는 100원을 수출하면 30원이 밖으로 나갔지만 이제 40원 이상 유출된다는 의미다. ‘수출증가→생산증가→투자·고용 확대→가계소득 확대’라는 선순환 고리가 약해진 셈이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최근 수출이 경제후방 효과가 작은 반도체에 의해 주도되고 수출의 국내 경제 낙수효과도 줄었다”며 “이 때문에 내수의 힘은 점점 떨어져 올해 경제가 지난해보다 나아지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이태규기자, 김영필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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