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4시 광화문 광장에 다소 낯뜨거운 사진행렬이 펼쳐졌다. 일부 시위자들이 가슴이 늘어진 여성의 몸에 최순실씨의 얼굴을 합성하거나 비너스 나체 그림에 박 대통령의 얼굴을 합성한 사진들을 들고 다녔기 때문이다. 지나가던 시민들은 호기심과 당혹감이 어린 표정으로 사진을 바라봤다. 이날 광화문광장에서는 ‘2017 페미답게 쭉쭉 가자’라는 이름 아래 여성단체들의 행진과 시위가 있었지만 길거리에서 여성들을 조롱하는 피켓은 여전히 등장했다. 사회변혁노동자당의 유진숙(가명, 45)씨는 “예술작품은 아름다움을 보여주려는 목적으로 제작되지만 이런 사진들은 상대를 비하하고 조롱하려고 만드는 것”이라며 “여성의 몸을 조롱의 대상으로 쓰는 게 같은 여성으로서 수치심이 든다”고 말했다. 한국여성의전화에서 나온 고미경(45)씨도 “광장에서 일어나는 일상적 성희롱이 사실은 민주주의를 더 해친다”며 혀를 찼다.
박근혜 대통령을 가리켜 ‘무능한 년’, ‘여자 대통령의 한계’라는 식의 조롱도 빈번히 등장했다. 이날 촛불집회 무대에 오른 한 여성은 “여자가 대통령을 하는 게 문제라는 발언들이 사실은 여성들이 설 자리를 더 빼앗는 것”이라며 “박 대통령의 현실성 없는 공약들은 우리 여성들의 삶을 조금도 나아지게 하지 못했는데 왜 여성 대통령이란 이유로 같이 묶느냐”고 말했다. 여성운동가 정민지(28)씨도 “왜 한 사람의 정치적 과실을 지적하는 데 성별을 끌어와야 하냐”며 “이명박의 정치적 과실을 탓할 때 남자라 그렇다고 남성 비하하는 사람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한편 여성단체의 발언 후 촛불집회 진행자가 “귀여운 투쟁이었다”고 말해 논란을 낳기도 했다. 발언을 듣던 유 모씨(23)는 “중요한 문제제기를 하는데 왜 그게 귀엽게 보이냐”며 불편한 표정을 드러냈다.
/신다은기자 down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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