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때까지만 해도 미국은 한국 내 전술핵 배치에 줄곧 부정적 입장을 피력해왔다. 워싱턴의 새 행정부가 새롭게 이를 꺼내 든 것은 “미국이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만한 능력을 아직 갖추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는 국가안보팀의 평가 때문이다.
미국은 북한 핵·미사일 대응책으로 주로 중국을 통한 북한 압박이나 사이버전을 이용한 핵·미사일 발사 저지를 고려해왔다. 미국이 2013년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미사일 발사를 무력화하는 목적의 사이버 작전을 세운 것도 그 일환이다. 하지만 대북 압박은 중국의 비협조적 태도로 효과를 거두지 못했으며 사이버전 역시 북한의 5차 핵실험으로 치명적 타격을 받은 처지다. 결국 남은 선택지가 한국 내 전술핵 재배치인 셈이다.
미국 정부가 전술핵 배치를 현실화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다만 우리 정부도 이에 대해서는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핵 공격을 막는 최상책은 ‘상호확증파괴’다. 그런 점에서 자체 핵무장이 최선이라고 할 수 있으나 동맹인 미국의 반대나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의 무리수 등을 감안한다면 전술핵이 이런 난점을 동시에 해결해줄 수 있는 선택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전술핵 배치에도 한반도 비핵화 원칙이 깨진다는 난점은 있다. 그럼에도 북한의 5차에 걸친 핵실험으로 이미 휴지 조각이 되고 만 비핵화 원칙에 우리만 매달려야 할 이유는 없다. 국가의 생존이 걸린 문제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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