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리뷰] ‘왕을 참하라’ 야사에만 매달린 ‘어우동’ 재해석이라니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국정농단사태의 여파로 대한민국 정계가 요동치는 시점에 찾아온 영화 ‘왕을 찾아라’는 조선시대판 비선실세 이야기라는 그럴싸한 홍보문구로 관객들을 유혹한다. 하지만 이 영화, 조선시대판 비선실세라는 것은 홍보를 위한 문구이고 사실은 조선시대의 유명한 야사(夜史)인 어우동 이야기를 영화화한 작품이다.

‘왕을 참하라’는 내심 야심찬 기획을 가지고 시작한다. 조선시대 음녀(淫女)의 대명사로 불린 ‘어우동’을 재해석하며 동시에 조선시대에 나름 성군으로 칭송받은 성종에 대한 재해석을 시도한다.

영화 ‘왕을 참하라’ / 사진제공 = 박수엔터테인먼트




실제 어우동은 양반집안에서 자라 효령대군의 5남의 서자인 왕손 이동과 혼인했다가 소박을 맞는다. 이후 어우동은 이에 대한 복수로 양반, 양인을 가리지 않고 간통행각을 벌이다 이 사실이 알려진 후 성종의 지시에 의해 교수형을 당한다.

하지만 이런 실제 역사와 달리 ‘왕을 참하라’는 야사 수준의 상상력에 근거해 이야기를 전개해나간다. 어우동은 반역죄로 몰려 사형을 당한 양반의 딸로 빈소에서 성종에게 강간을 당했고, 이후 어우동은 이에 대한 복수로 한명회와 성종의 형인 월산군, 성종 등 조정의 유력인물들과 간통을 벌이고 그 모습을 그린 춘화를 배포한다.

이 과정에서 드러나는 실제 역사 속 인물들의 재해석은 처참한 수준이다. 성종은 실제 알려진 것처럼 성군이 아니라는 가정을 넘어서 어머니 인수대비의 치마폭에 쌓인 무능력한 임금인 주제에 성욕만 강한 폭군처럼 그려진다. 반면 어우동은 열녀문을 세워 여성의 인권을 억압하는 조정에 맞서 싸우는 투사처럼 그려진다. 심지어 한명회와 인수대비가 대비전에서 통정을 했다는 대목에 이르면 정신이 대략 아득해질 정도다.

이미 어우동 이야기는 이장호 감독이 연출하고 이보희가 어우동을 연기한 영화 ‘어우동’으로 잘 알려져 있으며, 2014년에도 에로영화계의 유명 감독인 이수성 감독이 ‘어우동 : 주인없는 꽃’이라는 영화를 만든 바 있다. 하지만 ‘왕을 참하라’는 어우동 이야기를 재해석하겠다는 야심찬 계획과 달리 이장호 감독의 영화와는 비교를 하는 것이 민망한 수준이며, 심지어 이수성 감독의 영화에도 못 미친다.



영화 ‘왕을 참하라’ / 사진제공 = 박수엔터테인먼트


그나마 영화적 완성도가 어느 정도 받쳐줬다면 ‘왕을 참하라’도 그럭저럭 볼만한 영화가 됐을지 모른다. 그러나 연기경력이 일천한 젊은 배우들의 민망한 연기와 명백히 IPTV 등 2차 판권시장을 겨냥한 노골적인 베드신의 등장은 영화의 품격을 현저히 떨어트린다.

물론 ‘왕을 참하라’가 제대로 된 제작비를 보장받지 못한 채 사극임에도 상당한 저예산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은 감안해야한다. 하지만 ‘왕을 참하라’는 애초에 배우들의 연기나 이야기의 연결 등에 거의 신경을 쓰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다.

게다가 교수형을 당하는 어우동이 자신의 입으로 “왕을 참하라”라고 영화의 제목을 내뱉는 대목이나, ‘한남충’을 패러디한 ‘조남충’을 기생들의 대사로 등장시키는 등 민망한 수준의 대사들은 실소까지 자아낸다. 차라리 이 영화를 제대로 즐기려면 드라마 부분을 크게 덜어내고 베드신을 대거 삽입한 IPTV의 무삭제 감독판 개봉을 기다리는 편이 그나마 에로영화 팬들이라도 만족시킬 선택이 될 것이다. 3월 16일 개봉.

/서경스타 원호성기자 sestar@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