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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평 남짓 트럭에서 '꿈'을 요리해요

서울 밤도깨비 야시장 품평회

"시장 참여는 로또…기회 잡자"

열정 가득 푸드트럭 청춘 모여

수영선수·장교 등 출신 다양

자신만의 레시피 조리 구슬땀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열린 ‘밤도깨비 야시장’ 현장품평회에 나온 푸드트럭들이 영업 준비를 하고 있다. /신다은기자


20년간 수영 선수와 코치로 활동하다 은퇴한 김동우(30)씨는 새로운 돌파구를 찾겠다는 일념으로 캐나다에 갔다가 ‘운명의 스테이크’를 만났다. 평생 먹어본 적 없는 맛이었다. 김씨는 귀국하자마자 푸드트럭을 샀고 첫 달 ‘내 가게’에서 4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패션회사에 다니며 주어진 업무만 처리하기 바빴던 김동진(31)씨는 평소 좋아하던 원두커피로 예술혼을 불태워보고 싶다는 생각에 국내 유일의 핸드드립 커피 푸드트럭을 열었다. 김씨는 꿈에 그리던 ‘카페 사장’이 됐고 용기 하나로 무작정 시작한 사업은 어느새 2년 6개월 차에 접어들었다.

이들처럼 한 평 남짓한 공간에 청춘과 열정을 오롯이 바치는 젊은이들이 한데 모였다.

지난 11일 ‘서울시 밤도깨비 야시장’ 현장품평회에서 만난 푸드트럭 주인들 가운데 처음부터 푸드트럭 주방장을 꿈꾼 이는 많지 않았다. 장교 출신 이휘원(29)씨와 삼성중공업 출신 오성학(29)씨는 틀에 박힌 일을 하는 게 답답해 직장을 박차고 나와 푸드트럭에 올랐다. 산업용 칼을 만드는 공장에 다니던 김상욱(27)씨는 자신의 가게를 차려보는 게 소원이었다.



다양한 출신배경 만큼이나 푸드트럭 사업을 대하는 열정과 자세도 남달랐다. 김상욱 씨는 일본과 한국을 오가며 카페 수십 곳을 방문한 끝에 식용 꽃이 들어간 음료를 개발했다. ‘코끼리식당’의 나현준(34)씨는 대기하는 손님들에게 TV로 태국 풍경을 보여주겠다며 태국관광청에 직접 사용 허가까지 받았다. 스테이크에 한국적 풍미를 가미했다며 한 조각을 건네주던 김성배(26)씨는 “장사를 다 마친 새벽에도 새로운 레시피가 없는지 꼭 알아보고 잔다”고 귀띔했다.

시작은 낭만적이었지만 과정은 험난했다. 김정훈(33)씨는 핫도그 푸드트럭 영업 초기 인근 상가의 민원으로 불법노점상 딱지나 주차위반 스티커를 받는 게 일상이었다. 2년 동안 강서구 일대에서 트럭을 운영한 박준서(34)씨는 오후 5시 이후 문 닫은 가게 앞에서만 장사를 하는 나름대로 노하우도 얻었다.

수입도 들쭉날쭉했다. 합법적 상업시설임에도 주변 상가의 민원이 잦았고 허가지역 외에는 이동할 수 없는 탓이었다. 드립커피 푸드트럭을 운영 중인 김동진씨는 “도로관리공단에서 영업장소로 900여 곳을 허락해 줬지만 실제로 마땅한 곳이 없었다”고 토로했다. ‘스트리트 스테이크’의 김조욱(33)씨도 “(제가) 서초구민인데 강남구에서 지역구민이 아니라는 이유로 장사를 막았다”며 속상해했다. 평일에 고정적으로 장사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보니 대부분의 푸드트럭은 행사와 단체주문으로 수익을 유지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들에게 앞으로 7개월간 매주 열리는 ‘밤도깨비 야시장’은 절박한 기회였다. 서울시는 10~12일 푸드트럭 285대가 참여한 가운데 공개품평회를 열어 야시장에 참여할 푸드트럭 142대를 선정하기로 했다.

이날 평가를 받는 푸드트럭 운영자들의 얼굴엔 긴장감이 가득했다. 케밥을 팔던 김민섭(28)씨는 “너무 긴장한 탓에 평소보다 훨씬 못하게 내놨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옆에서 고기를 썰던 김동우(30)씨는 “밤도깨비 야시장은 푸드트럭계의 로또”라며 “올해는 꼭 됐으면 좋겠다”고 거들었다. /박진용·신다은기자 down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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