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워라고 불리는 박스 모양의 데스크톱 PC 외형이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신용카드 형태는 물론 USB 모양의 스틱, 원통형 등 휴대 편의성과 디자인, 사양을 고려한 다양한 제품이 등장했다. 모바일 기기의 확산으로 가정과 사무실에서 골동품 취급을 받던 데스크톱 PC가 꾸준한 ‘자기 혁신’으로 반등을 꾀하는 것이다.
13일 PC 업계에 따르면 미국 반도체 제조사 인텔은 이르면 오는 6월 신용카드 크기의 ‘컴퓨트카드’를 전 세계 시장에 출시한다. 인텔의 컴퓨트카드는 가로 95㎜, 세로 55㎜, 두께 5㎜로 일반 신용카드보다 약간 큰 수준이다. 중앙처리장치(CPU)·메모리·저장장치·운영체제(OS)·네트워크 연결 기능 등을 담았고 TV나 모니터에 연결하면 PC처럼 쓸 수 있다. 특히 인텔은 컴퓨트카드를 냉장고·세탁기 등 가전제품과 연결해 사물인터넷(IoT) 시스템의 허브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인텔의 컴퓨트카드는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17’에 소개돼 ‘미래형 PC’로 주목을 받았다. 인텔 관계자는 “델(DELL)·휴렛팩커드(HP)·레노버·샤프 등 세계적인 PC 제조사와 손잡고 컴퓨트카드를 활용하는 제품을 개발 중에 있어 조만간 시장에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인텔은 지난 2014년 이동식저장장치(USB) 형태의 ‘컴퓨트스틱(스틱 PC)’을 세계 최초로 출시했다. 처음 스틱 PC가 나왔을 때는 처리 속도가 느려 인터넷 검색이나 문서 작업 등 간단한 작업만 가능했다. 그러나 최근 출시한 제품은 최신 OS인 마이크로소프트(MS) 윈도우10을 무리 없이 가동할 수 있을 정도로 성능이 향상됐다. 구체적 사양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IoT 등에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기존 스틱 PC보다 월등히 진화한 성능을 갖췄을 것으로 보인다.
PC 본체의 크기와 부피를 줄이면서 디자인을 특화한 원통형 제품도 눈길을 끈다. 삼성전자(005930)가 지난해 10월 선보인 ‘아트PC 펄스’는 원통형 모양에 음향기기 전문업체 ‘하만 카돈’의 고급 스피커를 내장했다. 이 제품은 최근 독일에서 열린 ‘iF 디자인 어워드’에서 금상을 수상하는 등 탁월한 디자인을 인정받았다. HP도 음향업체 ‘뱅앤올룹슨(B&O)’과 협업해 스피커 기능을 탑재한 ‘파빌리온 웨이브’라는 둥근 삼각 형태의 PC를 비슷한 시기에 출시했다. 다만 원통형 PC의 가격은 100만~200만원대로 20만~60만원 수준인 스틱 PC와 비교해 상당히 높다.
PC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스마트폰·태블릿 등 모바일 기기를 많이 쓰지만 한번에 복잡한 여러 작업을 처리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크기와 부피를 줄이고 특화된 디자인으로 눈길을 끄는 데스크톱PC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지민구기자 mingu@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