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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석학 클라인만 하버드대 교수 "한국 등 亞 의료계 '사회적 돌봄' 혁신 필요하다"

15일 이화여대서 특강

고도성장·기술혁신 급급한 中

장년층 15시간 근무 시달려도

의사 진료는 3분도 채 못받아

韓·日도 무관심하긴 마찬가지

AI로 단순업무 벗어날 의료진

정서적 환자 응대방법 배우고

가정으로 돌봄 서비스 확대를

아서 클라인만 하버드대 교수가 15일 이화여대에서 ‘고통의 사회학과 사회적 돌봄’이라는 주제로 가진 강연에서 정서적 돌봄의 중요성에 대해 역설하고 있다./사진제공=이화여대




“의료계에 정서적 돌봄의 혁신이 필요합니다.”

의료인류학자이자 국제보건 석학인 아서 클라인만 하버드대 교수는 15일 이화여대에서 ‘고통의 사회학과 사회적 돌봄’이라는 주제로 가진 강연에서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의 의료계에 과감하게 정서적 돌봄의 시간을 포함해야 한다”며 사회적 돌봄(caregiving)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클라인만 교수는 사회적 돌봄에 대한 아시아의 인식 부족을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클라인만 교수는 지난 2004년 중국인의 정신적 병리현상을 연구해 ‘중국 문화와 우울증’이라는 논문을 발표한 바 있다. 클라인만 교수는 “당시 장년층은 900만 일자리를 메우기 위해 55세까지 하루 15시간 이상 일해야 했고 중국 의료는 3분 안에 진료가 끝났으며 비만·당뇨 등 각종 성인병을 앓고 있는데도 고성장과 기술 혁신에만 급급해왔다”며 한중일 동아시아 국가 전반이 사회적 돌봄에 무관심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장기적으로 돌봄 서비스가 가족 단위로 좁아지고 더 긴밀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클라인만 교수는 “미래에는 인공지능(AI)이 발달해 의사가 진료기록을 읽어주느라 시간을 허비할 일이 없을 것”이라며 한국의 ‘3분 진료’ 관행도 바꿀 수 있다고 설명했다. AI가 환자 기록을 제공하면 의사는 환자의 이야기를 듣고 처방전을 상세하게 설명하는 데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의학대학 커리큘럼에 ‘환자를 정서적으로 대하는 방법’ ‘기초상담학’ 등을 포함해야 한다고 권하기도 했다.



아서 클라인만 하버드대 교수가 15일 이화여대에서 ‘고통의 사회학과 사회적 돌봄’이라는 주제로 가진 강연에서 정서적 돌봄의 중요성에 대해 역설하고 있다./사진제공=이화여대


미래에는 돌봄 서비스가 가족 단위로도 확대돼야 한다는 제언도 잊지 않았다. 클라인만 교수는 “병원의 진료시간은 한정돼 있고 실질적인 환자의 돌봄노동은 가정에서 일어난다”며 의사와 간호사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가족에게 세세하게 지침을 제시하는 ‘직접 돌봄’ 방식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가족단위와 병원단위가 매개하는 소통 방식이 궁극적으로 돌봄을 가정까지 확산시킬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이후 질의응답 시간에는 4차 산업혁명을 맞은 돌봄 노동의 방향성, 한국 가족들의 연대기적 트라우마 등에 대한 질문이 오갔으며 클라인만 교수는 “학생들이 굉장히 수준 높은 질의응답을 하는 데 놀랐다”며 강의 후 만족감을 표했다. 한 학생은 “가족들이 언제나 병의 위험에 노출돼 있는데 돌봄에 대한 부분은 생각해보지 못했다”며 교수에게 개인적으로 감사를 표현하기도 했다.

클라인만 교수는 의사이자 인류학자로 의료인류학·문화정신의학·국제보건·사회의학 등 여러 분야에서 선도적인 인물이다. 현재 하버드대 의과대학 ‘국제보건 및 사회의학 교실’의 의료인류학 교수이자 정신건강의학 교수이다. 문화적 맥락에서 철학과 인류학을 접목해 환자와 의료인에 대한 내용이 포함된 6권의 단행본을 출판했으며 ‘사회적 고통(2002)’과 ‘당신의 삶을 결정하는 것들(2016)’이 국내에 번역·출간됐다.

/신다은기자 down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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