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박 전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국민들의 기대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다. ‘두려워서 마음이 거북스럽다’는 뜻을 가진 ‘송구(悚懼)스럽다’라는 표현은 이런 정국을 초래한 대통령으로서의 사과나 사죄로 받아들이기에 부족했다는 것이 대체적인 국민 여론이다. 자유한국당은 당 차원의 입장이나 논평을 내놓지 않았으나 다른 당들이 일제히 “사죄가 없어 유감”이라는 논평과 함께 검찰 조사에서 진상규명을 촉구한 것도 이런 평가와 맥을 같이 한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기 때문에 다른 형사 피의자들과 마찬가지로 변론권이 있다. 그러나 그가 검찰 조사 직전에 내놓은 대국민 메시지는 범죄 혐의에 대한 변론과 별개로 비선실세 개입에 의한 국정파탄 상황과 비상식적인 국정운영 방식에 대해 전직 대통령으로서 총체적 책임에 대한 사죄와 사과를 담았어야 했다. 그리고 국민 여론은 이날 박 전 대통령의 이 메시지로 정치적으로나마 이 사태가 일단락되기를 기대했다.
그래서 박 전 대통령의 조사를 맡은 검찰의 책임은 더 막중해졌다. 결국 박 전 대통령에게 걸려 있는 뇌물죄·직권남용죄 등 모든 혐의를 명명백백히 밝히지 않으면 두고두고 정치적 분쟁거리가 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검찰은 오로지 ‘팩트(사실)로 말한다’는 자세로 이번 사건과 관련한 의혹을 밝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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