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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 고성현·박상돈, ‘팬텀싱어’ 후배들에게 “인지도보다 중요한 건 ‘착함’”

20년이 넘는 시간동안 가슴 속 영웅으로 자리한 이를 가까이에서 만난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JTBC ‘팬텀싱어’ TOP12으로 알려진 바리톤 박상돈이 영웅 고성현을 ‘드디어’ 만났다. 영웅을 만나기 위해 대전에서 한걸음에 달려온 박상돈은 3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정자세를 한 채 스승의 이야기를 경청했다.

MBC 주말특별기획 ‘아버님 제가 모실게요(극본 조정선, 연출 이대영·김성욱)’ 출연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고성현 한양대 교수는 열일을 제쳐두고 박상돈과의 인터뷰에 응했다.

/사진=조은정 기자




오는 4월 공연 예정인 대전 예술의전당 기획 공연 살롱오페라 ‘사랑의 묘약’ 에 오디션을 통해 합류한 것으로 알려진 박상돈에게 고성현씨가 건넨 첫 마디는 “예쁜 놈”이었다.

이에 수줍은 미소를 내보이던 박상돈은 “오페라 오디션에 도전한 게 된 건, 특별한 이유가 있다기 보다는 좋아하는 장르를 지키고 싶은 마음이 컸기 때문이다.”고 답했다.

“‘팬텀싱어’에 나간 이유도 제 노래를 많은 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게 노래가 아닐까 생각했어요. 그 중에서도 고성현 선생님 노래로 곡을 정해서 나가고 싶었어요. 사실 ‘팬텀싱어’가 방송되는 중반에 오디션 소식을 듣고 응모를 하려고 하니 주위에서 많이 말렸어요. 팬텀싱어 결승까지 가서 우승을 하게 되면 활동이 묶일 수도 있다는 의견이 있었죠. 그래도 오페라를 꼭 하고 싶었고, 당당하게 오디션으로 응시를 하고 싶었어요.”(박상돈)

‘팬텀싱어’로 얼굴을 알린 가수들을 향한 세상의 러브 콜은 여전히 뜨겁다. 물론 이렇게 급하게 뜨거워졌다 순식간에 식어버리는 경우를 많이 보아온 어른들은 보다 멀리 내다 볼 것을 권한다.

박상돈은 “이전까지 그 누구도 알아봐주지 않은 일개 성악가였는데, 방송에 나간 뒤 알아봐주시는 분들이 많아졌어요. 전 한 길을 우직하게 걷다보면 내 꿈에 도달한다고 생각해 왔어요. 반면에 이 기회를 잡고 싶지 않은 분이 있을까? 양가감정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고 솔직한 속내를 털어놨다. 그리고선 “저는 아직까진 잘 모르겠어요.”라고 덧붙였다.

천천히 이야기를 듣고 있던 고성현씨는 “가장 중요한 게 뭘까?”라는 한마디를 던졌다. 상돈씨의 말대로 “간단한 질문인데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질문”이었다.

고씨가 강조한 건 “착해야 한다”이다.

바리톤 고성현 한양대 교수가 19일 오후 서울 성동구 한양대학교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조은정 기자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게 뭘까’ 라고 질문하면, 우선 착해야 한다고 답할 것 같아. 착한 사람은 10번 쓴 잔머리를 2번만 써. 그 ‘착함’이란 게 자기가 가고자 하는 일을 열심히 하게 하거든. 그걸 착하다고 하는데, 난 ‘솔직한 삶’이라고 말해. 성실보다는 ‘솔직한 삶’이 무엇보다 필요해.

인지도라? 상돈이가 ‘팬텀싱어’라는 매스컴을 통해 인지도를 높였어. 그런데 인지도에 연연한다고 하면, 순서가 바뀐거지. 요새 청중들이 똑똑해. 성실과 솔직함으로 자기의 레퍼토리를 개발 시켜야 해. 그렇지 않으면 바로 알아 채. 솔직함과 착함으로 음악을 만들어놓음 바로 알게 돼. 박상돈이 지금 무얼 하고 있나? 란 궁금증을 가지고 당연히 사람들이 나타나지. 그리고선 ‘이 무대에 서주십시오’라고 말하는 이들이 늘어나게 돼. “

고씨의 두 번째 질문은 “정말 솔직하게 노래하고자 하는 친구가 몇이나 될까?”였다. 간단하지만 정곡을 찌르는 질문이었다.

“오리에겐 오리가 붙고 백조에겐 백조가 붙게 돼 있어. 스스로 옥토를 만들려는 노력도 하지 않은 채 왜 맞짱을 뜨려고 해? 자신만의 레퍼토리를 공부해야지. 우리 시대엔 대가들의 노래를 LP판을 틀어놓고 공부했다면, 요즘엔 실시간으로 바로 접할 수 있어. 그도 아니면 일주일만 지나면 바로 유투브로 노래가 떠. 노래 한 곡 대하는 것만 해도 한 달 이상이 빨라진거지. 그러니까 부수적으로 필요한 시간들이 단축된거지. 그렇게 단축된 시간들에 노래를 대하는 착한 마음이 있어야 해. 그러면 돼. 주변 사람들을 돌아봐. 여기에 부합하는 친구들 몇이나 돼? 정말 솔직하게 노래하려는 친구 말이야. ”

“‘착함’이 아닌 인지도를 잡기 위한 게 먼저이다 보면, 결국엔 박상돈이란 사람은 인지도가 점점 떨어져. 그렇게 되지 않게 위해 준비를 해야 해. 그게 중심을 잃지 않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어.”



뜨겁고도 뜨거운 대화의 시간 속에서 박상돈이 용기 내서 던진 질문은 딱 2가지였다.

첫 번째는 ‘시간에 기대어’ 곡을 처음 접하고 쇼크가 올 정도로 좋았는데, 영웅이 그 곡을 선택하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는 것. 두 번째는 모든 이들이 동의하는 실제 ‘최강 바리톤’으로 오랜 시간 살아가고 있는 고성현 선생님의 소회이다.

첫 번째 질문에 대해 고씨는 “고성현 한테 시간이 된 거지”라며 천천히 이야기를 들려줬다.

“상돈이가 ‘팬텀싱어’에 나와서 내 노래를 부르는 걸 들었지. 음성이나 기교 모두 상돈이도 잘 불렀어. 이런 이야기들이 자칫 열심히 하고 있는 세대들에겐 보수적인 꼴통의 모습으로 비춰질 지 모르겠지만, 20대나 30대 땐 무쇠를 달궈서 소리를 냈어. 이것이 아니면 죽기 살기였거든. 아프면 하얀 항생제 약을 먹고 매일 체력 단련을 했어. 오페라 공연이 있다 하면 등산을 하고 1시간 이상을 뛰는 거지.”

“이태리에 있다가 한국에 들어와서 학생들을 가르쳤는데, 나이가 드니까 법정 스님이 써놓은 글, 성철 스님이 써놓은 글이 쏙쏙 눈에 들어오는 거야. 내 나름대로 크리스찬이지만. 그러다 스스로에게 ‘뭘 그렇게 바삐 뛰어 다니냐?’, ‘한국 사람인 네가 왜 리골레토 같아야 해?’ ‘너는 너지 않냐.’ 이렇게 깨달음이 온 거야. 그 시간이 된 거야. 그러잖아. 아티스트가 되면 철학가가 된다고. 사실 목사님보다 성경책을 더 많이 읽었어. 통독했거든. 그렇게 ‘시간에 기대어’란 곡이 나에게 왔어.” 그렇게 그 곡 속엔 고성현의 인생 전체가 담겨 있었기에 청중의 마음을 움직였다.

박상돈의 두 번째 질문이 나온 배경에는 자칭 별명 ‘최강 바리톤’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에게 ‘최강 바리톤’이란 단어는 잘난척하기 위함이 아닌, 자기 최면처럼 용기를 주는 표현이다.

바리톤 고성현, 박상돈이 19일 오후 서울 성동구 한양대학교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조은정 기자


이에 고성현씨는 “젊었을 때 명 바리톤 에토레 바스티아니니, 피에로 카푸칠리, 티토 곱비, 티타 루포까지 잡아야겠다는 생각으로 발톱을 사자 이상으로 세웠었다.”며 열정에 가득 찼던 지난날을 회상했다.

그는 “정말 강한 건 부드러운 것도 아니고, 살아남는 것이다.”고 했다. 이어 노래가 삶인 사람들은 별명이 ‘손바닥 뒤집기’라고 말 할 정도로 그날 노래를 잘했는지 여부에 따라 한없이 착한 사람이 되고, 한 없이 까칠한 사람이 된다고 했다.

“우리가 노래를 흡족하게 부르고 나면 굉장히 겸손해져요. 스스로 만족하지 못하면, 얼른 골방에 들어가서 숨고싶다 라고 생각해요. 스스로 잘 알아요. 그런데 가끔 균형감각이 어그러진 분들은 스스로의 노래에 취해서 객관적인 판단을 못하는거죠. ”

최강 바리톤 고성현의 시간은 절대 한 순간에 이뤄진 게 아니었다. 솔직함이 무기요. 기도가 자양분이었다. 그는 독일 라이프니 ‘리골레토’ 공연 때 성대가 손상 돼 총 5번의 공연 중 2번의 공연만 소화하고 돌아왔던 일화도 들려줬다. 고난은 그에게 새로운 깨달음을 안겼다.

“그때 성대가 찢어져라 노래했어요. 매니저가 와서 이제 그만 노래 하려고 그러느냐. 왜 미친 짓을 해? 라고 물어볼 정도였지. 그렇게 목에 이상이 오고 병원을 갔더니 ‘뭐하고 왔냐. 성대가 80프로 이상 나갔다’며 깜짝 놀라더라. 난 세상에 태어나서 할 수 있는 게 노래밖에 없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노래에 대해 생각하게 된 사건이었지. 그런데 내 몸이 다쳐보니까 길이 보이는거야. 몸으로 노래하고, 어깨로 노래하는 법을 알게 됐지. 누가 나에게 평생을 ‘편하게 노래 해왔을거다’고 말하기도 하는데, 사실 그건 아니야.”

인터뷰②에서 계속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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