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곶이가 ‘화살이 꽂혔던 곳’이라는 뜻인지를 이번에 처음 알았습니다. 중랑천과 한강, 서울숲을 걸으면서 봄기운도 느끼고 서울의 숨은 역사까지 알 수 있는 뜻깊은 자리였습니다.”
26일 서울 성동구 사근동 살곶이체육공원에서 출발한 ‘서울경제와 성동구가 함께 하는 서울숲길 달팽이 마라톤’ 행사에 참석한 김재연(40·송파구)씨의 발걸음은 봄기운만큼이나 가벼워 보였다. 초등학생 두 딸, 남편과 함께 행사에 참가하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지하철로 송파구에서 서울숲까지 왔다는 김씨는 만개를 앞둔 응봉산 개나리를 옆에 두고 중랑천길을 뚜벅뚜벅 걸었다.
이날 행사에는 김씨를 비롯한 300여 명의 서울시민이 참석했다. 서울경제·서울경제TV가 주최하는 ‘달팽이 마라톤’은 서울 등 전국의 걷기 명소를 찾아 시민과 함께 걷는 행사다. 올해 첫 행사는 중랑천·서울숲 4.5㎞ 코스에서 열렸다. 참가자들은 오전 8시께 살곶이체육공원을 출발해 중랑천 무지개다리, 한강변 서울숲선착장, 서울숲, 서울숲야외무대까지 1시간 가량을 걸었다.
걸으면서 마주한 문화유산 ‘살곶이 다리’와 만개를 앞둔 응봉산 개나리를 배경으로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이들도 종종 만날 수 있었다. 1483년 완공된 ‘살곶이 다리’는 조선시대 건설된 돌다리 중 가장 긴 다리다. 함흥에서 돌아온 태조 이성계가 아들 이방원(태종)을 이곳에서 만났는데 화를 참지 못한 이성계가 활을 쏘았고 태종이 피한 그 화살이 꽂혔던 곳이라 해서 이름 붙여졌다.
살곶이 다리를 지나 참가자들은 해발 95m의 나지막한 응봉산을 마주했다. 응봉산은 산 전체에 개나리들이 색깔을 더해가고 있었다. 응봉산의 활짝 핀 개나리와 그 옆을 지나는 기차, 강변을 고즈넉하게 걷는 시민의 모습을 한꺼번에 담은 사진은 봄이면 종종 신문 1면을 장식하는 봄의 전령사이기도 하다. 일주일쯤 더 있으면 만개한 개나리숲을 만날 것으로 기대된다.
봄꽃을 즐기고 싶어 경기도 남양주에서 오전 6시 버스를 타고 행사에 참여했다는 변수현(30)씨는 “1년 중 잠깐 맛볼 수 있는 귀한 광경을 보지 못해 아쉽지만 무지개다리를 건너면서 하천에서 만난 물고기, 약동하는 새싹들을 보며 아쉬움을 달랬다”고 말했다.
달팽이 마라톤 참가자들은 중랑천에서 뚝섬으로 들어와 서울숲의 피톤치드 가득한 나무들과 봄꽃들을 즐기며 행사를 마무리했다. 옛 서울경마장 터에서 지난 2005년 문을 연 서울숲은 115만㎡(약 35만평) 규모로 서울의 대표적인 도시숲이다.
이날 행사에는 이종환 서울경제신문 대표이사 부회장과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중구성동구갑), 정원오 성동구청장, 김달호 성동구의회 의장 등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정 성동구청장은 “이곳은 청계천과 한강이 만나는 곳이자 역사와 문화가 함께 살아 숨 쉬는 서울 10대 걷기 명소 중 하나”라며 “특히 이달 31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 응봉산 일대에서 ‘개나리 축제’가 열린다”고 소개했다. /김민정·변수연기자 je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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