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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코칭] 자발적 고난을 생각한다

이상화 드림의교회 담임목사·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 사무총장

獨 서서평 선교사, 한센병 환자 등

버림받은 타인 위해 한평생 헌신

공의 실현하려 고난 자처하는 삶

'나밖에 모르는 사회'에 온기 안겨





‘전진하는 자에게만 파도가 있다’는 말이 있다. 성장과 성숙을 지향하는 사람은 반드시 지불해야 할 대가가 있고 고난의 풀무불을 통과해야만 한다는 의미다. 개인적인 삶 속에서 당하는 고난을 조금 구체적으로 구분해보면 크게 세 가지 종류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인과응보적 고난’이다. 이것은 철저히 고난받는 이유가 자신에게 있는 고난이다. 이 고난은 자신의 과오와 잘못으로 받는 고난이기 때문에 비극적인 고난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둘째, ‘이유가 없는 고난’이다. 자신이 잘못하지 않았고 결백한데도 불구하고 억울하게 고난을 당할 때가 있다. 합리적 사고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고난이 이런 경우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자발적 고난’이 있다. 이 고난은 말 그대로 공공적인 대의와 가치를 지키기 위해, 그리고 타인들을 위해 자발적으로 받는 고난이다. 사실 인과응보적 고난은 분명한 이유가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당하는 고난이지만 이유가 없는 고난과 자발적 고난은 조금 더 깊이 생각하면 굉장한 의미가 있다. 특히 역사를 보면 자발적 고난을 당하겠다고 나선 사람들이 있는 곳에 공동체적 진보와 공의와 정의, 평화와 사랑의 확장과 심화가 있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자발적 고난을 생각할 때마다 떠오르는 인물이 있다. 지난 1912년 간호사의 자격으로 조선에 들어온 독일인 여성 서서평(본명 엘리자베트 요하나 스헤핑·Elisabeth Johanna Shepping) 선교사다. 32세에 조선 땅에 와 54세에 생을 마감한 그녀는 한평생 ‘성공이 아니라 섬김이다(Not success, But service)’를 생활신조로 삼고 가장 낮은 자들을 섬기는 데 헌신해 ‘재생한 예수’로 불린 인물이다. 광주에 체류하면서 간호사로 일한 것은 물론이고 간호사 훈련과 간호행정의 정립, 그리고 배우지 못한 여성들을 위한 여성 교육의 공로는 더 말할 필요가 없다. 한국 사람들이 거들떠보지도 않던 고아와 거지, 그리고 한센병 환자들을 향한 그녀의 자발적 고난은 감동 그 자체다. 버려진 고아 13명의 딸과 한센병 환자의 아들 1명, 총 14명을 입양해 친자식처럼 아꼈다. 한반도에서 생소하게 맡은 첫 냄새들은 견디기 힘든 고난 그 자체였을 것이다. 그러나 이 땅에서 사는 동안 한평생 무명 베옷과 고무신 차림에 보리밥과 된장국을 먹었던 푸른 눈의 선교사 서서평은 조선인처럼 산 것이 아니라 완전한 조선인으로 생활했다. 가진 것을 가난한 이들에게 모두 내주고 정작 자신은 영양실조로 삶을 마감하면서 무슨 병으로 유명을 달리하는지 그 원인을 알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자신의 시신마저 해부해 연구자료로 삼으라는 유언을 남기고 생을 마무리했다. 그에게 남겨진 유산은 동전 7전, 강냉이가루 2홉, 걸인에게 주고 남은 담요 반 조각이 전부였다고 전해진다. 광주 최초의 시민사회장으로 치러진 장례식에 참석한 일천여명의 사람들이 “어머니”라고 목 놓아 운 통곡소리는 마치 비행기 소리와 같았다고 한다.

새삼 자발적 고난과 자발적 고난을 삶으로 보여준 서서평 선교사의 모습을 돌아보는 이유는 다름 아니다. 한국기독교는 오는 4월9일 주일부터 한 주간 온 인류를 위해 자발적 고난을 받고 십자가에 매달려 돌아가신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을 묵상하는 고난 주간을 교회력으로 지킬 예정이다. 순리를 역리로 만들어 사는 세상에 자발적 고난을 운운하는 것은 어리석음 그 자체일지 모른다. 편리함을 추구하는 것이 대세인 세상에서 자발적 고난을 이야기하는 것은 웃음거리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사람들이 죽든 말든 나만 잘되면 되고 공적인 약속조차도 자신의 안위와 편의를 위해서는 식은 죽 먹듯이 내팽개쳐 버리며 목적 달성을 위해 모든 것을 수단화시켜버리는 사회적 풍토 속에서 자발적 고난의 필요성을 말하면 지극히 시대에 뒤떨어진 낡은 사고를 가진 사람으로 치부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인간의 악함과 연약함이 소름 끼칠 정도로 드러나는 사회현실 속에 사심을 내려놓고 타인을 위해 자발적 고난을 받으려고 하는 사람이 너무나 필요하고도 그리운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2017년 4월9일부터 한 주간 그리스도의 자발적 고난을 깊이 묵상하고 실천해야 할 당위성을 가진 한국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이 먼저 자발적 고난을 실천하는 마중물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스스로도 실천하기 어려운 내용의 글을 다짐 삼아 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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