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바의 신설 반도체 회사인 ‘도시바메모리’ 지분매각 입찰에 세계 최대 정보기술(IT) 기업 애플까지 뛰어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도시바 반도체 사업이 일본 정부의 노림수대로 미국 자본에 넘어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정부에서 도시바메모리가 보유한 안보기술 유출을 차단하기 위해 동맹국 기업을 인수후보로 선호하는 것으로 전해진 가운데 일부 미국 기업이 도시바의 기대치에 부합하는 높은 입찰액을 써낸 것으로 알려져 이 같은 전망에 힘을 더한다.
31일 요미우리·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일본 언론들은 세계 2위(약 19.4%)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는 도시바 반도체 부문의 예비입찰 마감 결과 애플과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웨스턴디지털, 투자펀드 실버레이크파트너스 등 복수의 미국계 자본이 입찰에 참여했으며 이 가운데 브로드컴과 실버레이크는 2조엔가량의 높은 인수액을 적어냈다고 보도했다. 실버레이크는 컴퓨터 업체 델에도 출자하고 있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는 것으로 예상되며 브로드컴은 기업 통신기기용 반도체를 노린 것으로 알려졌다.
도시바 측은 도시바메모리의 기업가치를 2조엔가량으로 산정하고 최대 지분매각 대금으로 2조5,000억엔 안팎을 예상했었다.
중국 최대 반도체 업체인 칭화유니그룹은 입찰 하루 전인 지난 28일 1,500억위안(약 24조원)을 조달해 관심을 모았지만 입찰에는 참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도시바는 개별교섭을 거쳐 후보를 압축한 뒤 4월 이후 2차 입찰(본입찰)을 실시할 방침이다. 회사의 한 간부는 “정기 주주총회가 예정된 오는 6월 하순까지는 입찰 대상을 선정하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지만 니혼게이자이는 도시바메모리를 둘러싼 정부 규제가 변수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 정부는 도시바의 반도체메모리가 기밀정보를 관리하는 데이터 기억장치인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SD)’에 사용돼 자칫 해외 자본 유입이 군사나 외교에 영향을 미치는 기밀정보 누설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본 언론들은 확고한 동맹국인 미국 기업이 지분매입전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고 봤다.
한편 도시바는 정부와 여론의 안보 우려를 의식해 일본 방위성에 군사기술 관련 반도체 사업은 유지하겠다는 의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도시바의 반도체메모리는 일본 독자기술로 개발한 초계기 P1(해상자위대)과 탄도미사일 궤적을 추적하는 관제레이더(항공자위대) 등에서 사용하고 있다.
/이수민기자 noenem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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