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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사회일반
자판기로 꽃선물 어떠세요

익명성 보장·혼족 수요 늘면서 마음힐링 등 이색 자판기 봇물

콘돔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청소년 전용 콘돔자판기.




상처받은 마음을 힐링하는 상품을 파는 ‘마음약방’ 자판기.


다양한 종류의 꽃다발을 살 수 있는 꽃다발 자판기.


직장인 이형석(31)씨는 급하게 업무를 처리하고 나오느라 동생의 대학교 졸업 축하 꽃다발을 미처 준비하지 못했다. 인근 꽃집의 물량은 이미 바닥난 상황. 그때 이씨 눈에 꽃다발 자판기가 들어왔다. 꽃다발을 고르고 1만2,000원을 신용카드로 결제하니 축하카드와 함께 꽃다발이 나왔다. 그는 “시간에 쫓겨 꽃집을 갈 시간이 없었는데 자판기가 있어 다행이었다”고 말했다.

꽃다발·마음힐링·청소년콘돔 자판기 등 이색자판기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눈치 보지 않고 상품을 살 수 있고, 구매자의 익명성도 보장되는 점 덕분이다. 특히 혼밥족 등 ‘나홀로 소비족’들의 수요가 늘면서 콘텐츠도 다양해지고 있다.

서울시청 시민청과 서울 대학로에 설치된 ‘마음약방 자판기’는 500원을 넣고 ‘월요병 말기’, ‘미래 막막증’, ‘상실 후유증’, ‘현실 도피증’ 등 21가지 증상 중 하나를 누르면 위안을 주는 문구와 처방전이 함께 나온다. 예를 들어 상실 후유증 버튼을 누르면 ‘엿 먹어라 세월’이란 문구로 포장된 엿, 마음을 위로해주는 시가 적힌 메모, 상실감 치유에 도움이 되는 영화소개와 문화·예술거리 등을 담은 지도가 포함된 패키지가 나온다.



마음약방 자판기를 운영하는 서울문화재단 관계자는 “마음약방 자판기 한 달 이용 건수가 약 6,000건에 달할 정도”라며 “미래막막증, 의욕상실증 등 청년들이 겪고 있는 고민들과 관련한 상품들이 인기”라고 말했다.

청소년 전용 콘돔 자판기도 등장했다. 소셜벤처기업 인스팅터스가 개발한 것으로 청소년들을 위해 저렴한 가격에 콘돔을 판매한다. 별도의 연령 인식 시스템은 없지만 100원을 넣고 레버를 돌리면 콘돔 2개가 나온다. 이 콘돔은 식물성 원료만 사용하고 동물 실험을 진행하지 않은 제품만 받을 수 있는 ‘비건(vegan)’ 인증도 받았다. 박진아 인스팅터스 대표는 “약국이나 편의점에서 콘돔을 사겠다고 말하기 불편해 하는 청소년들을 위해 자판기를 고안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색자판기들의 등장의 이유로 익명성과 더불어 폐쇄적 소비행태 확산을 꼽는다. 자판기로 물건을 사면 온라인과 달리 이름과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가 노출될 가능성이 없다. 또 오프라인에서 물건을 살 때 직접 사람과 접촉하면서 생길 수 있는 불필요한 오해나 감정소모도 없다. 정병은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 연구원은 “꽃집에서 ‘여자친구 줄 거냐’고 묻거나, 매장에서 혼자 밥을 먹는 것보다 감정적으로 덜 피곤한 방법이 자판기”라며 “감정적 스트레스를 최소화하고 싶어하는 청년들이 면대면 방법보다 자판기를 더 찾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효율성만을 강조하는 경쟁사회의 특성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각자도생을 유도하고 효율성을 추구하는 현대 사회에서는 시간 낭비를 줄이고 개인화되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난다”며 “이런 흐름에서 혼밥과 혼술이 등장한 것처럼 혼자 선택해 빨리 구매하는 자판기 이용도 늘어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두형·신다은기자 mcdjr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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