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일(현지시간)로 예정된 세계 최강국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새로운 패자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의 첫 만남이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일 중국에 북핵 해결을 주문하며 압박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고 시 주석은 최고지도자 5년 차의 경륜을 앞세워 미국 측의 예공을 무디게 하려는 물밑 작업에 한창이다.
미 플로리다주 마라라고리조트에서 1박2일간 열리는 이번 정상회담의 의제는 북핵 및 무역 문제로 압축된다. 미국은 5일 북한이 또다시 미사일을 발사하자 북핵 문제에 유화적이었던 시 주석을 압박할 또 다른 카드를 얻게 됐다는 입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기간에 미국의 최대 무역 적자국인 중국을 일자리 약탈자라고 비난하며 고율관세 부과와 환율조작국 지정을 공약해 톡톡히 재미를 본 데 이어 이번엔 북핵·미사일 문제 해결에 중국 책임 및 역할론을 강조하며 회담에서 유리한 입지를 구축할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북한이 경제 면에서 중국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만큼 중국의 대북 경제압박 제고 방안이 핵심의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의 대중 무역 의존도는 80%를 상회하며 북한 외화벌이의 40%가 600개의 중국 회사에서 나오고 있다. 이로 인해 북측 수입에 절대적인 석탄 등을 놓고 중국 등이 유엔 대북제재 결의안을 충실히 지키는지 여부 등이 검토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미국은 북중 간 금융 및 무역거래의 전면적 차단을 촉구하면서 중국이 거부할 경우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 기업과 은행을 제재하는 ‘세컨더리보이콧’ 발동을 시사해 중국이 실효성 있는 대북 무역제재안을 추가로 제시하도록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맞서는 중국은 다양한 당근책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세컨더리보이콧을 저지하는 한편 환율조작국 지정 및 고율관세 부과 등 양국이 정면 충돌하는 ‘무역전쟁’만 피해도 첫 만남의 성과로 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렇기 때문에 저강도 미국의 요구는 들어주면서 대규모 투자와 미국 제품 구입 등 다양한 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중국 언론들은 시 주석이 인프라 투자 확대를 원하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통 큰 투자선물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날 CNBC도 중국이 위안화 환율 관리, 채권·펀드시장의 외국인 개방, 단기 시중금리 인상 등 이번 정상회담에 앞서 상당한 사전 포석을 깔았다고 보도했다. 중국이 지난달 시중은행 단기 금리를 0.10%포인트 인상한 것이나 올 들어 위안화 가치가 유독 달러화 대비로만 강세인 점 등이 모두 회담에 앞선 우호 제스처라는 것이다. 올가을 공산당 제19차 전국대표대회를 앞둔 시 주석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뿔난’ 트럼프를 잘 달래 협력하는 모습만 연출해도 권력 기반을 공고히 하며 입지를 강화할 수 있다.
이 밖에 양측 책사들 간의 전략 대결도 관전 포인트가 되고 있다. 시 주석은 양제츠 국무위원과 왕이 외교부장에 왕후닝 공산당 중앙정책연구실 주임, 리잔수 당 중앙판공청 주임 등 검증된 최고 엘리트들이 보좌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 측에서는 맏딸 이방카 트럼프와 사위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고문, 대중 강경파인 스티브 배넌 수석전략가와 피터 나바로 국가무역위원장 등의 지원 속에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회담 실무를 총괄한다. 국민가수로 인기를 모았던 펑리위안 여사와 슈퍼모델 출신의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 간의 첫 만남도 언론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대목이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 뉴욕=손철특파원 runiro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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