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판세가 양강 구도로 재편되면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의 돌풍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관심이 쏠린다. 안 후보의 상승세가 ‘찻잔 속 태풍’을 넘어 실제 대권 승리로 연결되기 위해서는 여전히 넘어야 할 산도 많다. 대권을 움켜쥐기 위한 안 후보의 3대 전략과 맹점을 살펴봤다.
첫 번째 전략은 국민의당의 지역 기반인 호남을 붙잡으면서 중도·보수 표심을 공략하는 것이다. 대선을 한 달 남짓 앞둔 시점에 안 후보가 ‘빅(Big) 2’의 반열에 올라선 것은 이 전략이 주효했기 때문이다. 안 후보는 우선 옛 여권 세력과의 단일화 및 연대에 대한 반대 입장을 줄기차게 피력하면서 호남 표심을 잃지 않았다. 아울러 안보·국방 정책과 관련해서는 다른 야권 후보보다 유연한 스탠스를 취하면서 안희정 충남지사에게 기울어 있던 중도·보수층을 흡수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이 때문에 안 후보로서는 보수진영 후보 중에서는 지지율이 가장 높은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의 지지율을 10% 이내로 묶어두는 전략이 필요하다. 현재 대구경북(TK) 등의 보수 텃밭에서 ‘자발적·전략적 단일화’ 움직임이 시작되면서 안 후보가 상승 가도에 올라탔는데 남은 기간 보수 표심이 흩어지면서 홍 후보가 대선에서 15% 안팎의 지지율을 얻을 경우 승패의 향방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쪽으로 기울 가능성이 높다. 국민의당과 한국당의 연대는 사실상 힘들어진 만큼 보수 표심 분산은 안 후보가 가장 경계해야 할 요소 중 하나다.
국민의당 수권 능력에 대한 의구심을 불식하는 것 역시 안철수 캠프가 고민하고 있는 부분이다. 국회 의석수(40석)를 감안하면 대통령을 배출해봤자 정책 추진을 위한 동력을 끌어모으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단일화에 대한 안 후보의 완강한 거부감에도 불구하고 바른정당과의 연대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은 바로 이런 우려에서다. 문 후보가 1위를 달리는 다자구도 판세가 이어질 경우 ‘지지율 상승’과 ‘의회세력 확장’을 동시에 꾀하기 위해 안 후보가 결단을 내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바른정당 핵심 관계자는 “안 후보의 ‘연대 불가’ 입장과는 별개로 물밑 논의는 계속 진행 중”이라며 “4월 말이나 5월 초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가 중도 낙마하고 바른정당이 안 후보에 대한 지지를 선언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최종 득표율이 10% 미만이면 선거 비용을 한 푼도 돌려받을 수 없다는 점 역시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연대 불씨는 완전히 꺼지지 않았다는 분석에 힘을 싣는 대목이다.
하지만 이 같은 안 후보의 대선 전략은 한계와 맹점 또한 분명히 존재한다.
우선 지지율 상승을 위해 바른정당과의 연대를 결심했다가는 호남 표심을 일거에 잃을 수 있다. 안 후보가 국민의당의 굳건한 지역 기반인 호남을 붙잡지 못한다면 중도·보수층 공략 여부와 상관없이 대권을 넘보기 힘들어진다.
안 후보의 ‘우(右)클릭’ 기조는 또 다른 반작용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안 후보를 중심으로 보수 표심 쏠림현상이 일어나면 이에 대한 견제심리가 발동해 진보유권자들이 문 후보에게 표를 몰아주는 역결집효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는 게 정치권의 진단이다. 따라서 안 후보로서는 이 같은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보수 표심을 모을 수 있는 명분과 콘텐츠를 동시에 준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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