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 수습 땐 반드시 경화 처리(뼈를 굳게 하기 위한 약품처리)하고 영상 기록과 사진 등을 남겨야 합니다.”
박선주(사진) 충북대 고고미술사학과 교수는 지난 7일 세월초 선체에 대한 첫 수색 작업이 진행되자 이같이 강조했다. 박 교수는 30년간 진실화해재단에서 국군유해를 발굴을 해 온 유해발굴전문가이자 세월호 미수습자 수습 과정에 참여하고 있는 민간 자문위원이다.
박 교수가 꼽은 수습의 제1원칙은 ‘현장 상태 파악’이다. 세월호가 44m 깊이 바다에 3년간 가라앉아 있었던 만큼 해저 18-46m에 있던 시신도 연조직이 손상되고 관절이 없어져 뼈대만 남아 있을 가능성이 높다. 박 교수는 “골반뼈와 손가락·발가락뼈, 치아가 흩어져 있을 가능성이 높다”며 “수습계획을 짤 때 이런 지식을 바탕으로 수색 경로, 경화 처리 매뉴얼, 유해 세척 방법 등을 치밀하게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유기질이 빠져나간 유해를 현장에서 만지면 곧바로 녹아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유류품도 꼼꼼하게 수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군 유해를 수습할 때 군화 안에서 뼈가 발견된 적이 있다”면서 “신발 등 유류품을 찾으면 손가락·발가락 뼈가 있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습 과정에서도 추후 판독과 기록 작업 등을 위해 가급적 모든 상황을 메모하고 사진으로 남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2007년 발굴현장에서 비디오 판독으로 시신의 신원을 파악한 적이 있다는 그는 “발굴현장에선 정신 없이 바빠 못 챙기는 것들이 많다”며 “비디오와 사진을 찍어둬야 추후 판독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미수습자와 유류품을 온전하게 수색하기 위해 사전조사를 권장하기도 했다. 본 조사에 들어가기 전 유해가 남아 있다고 추정되는 지점에 미리 들어가서 조사 경로와 방법을 정하는 작업이다. 유해가 흩어져 있고 부서지기 쉬운 상태라면 객실에 진입할 때 잔존물을 걷어내다가 자칫 훼손할 수 있어서다. 객실 수색도 동시에 여러 곳을 진행하기보다 한 객실씩 꼼꼼히 수색한 뒤 범위를 넓히는 방법을 추천했다.
/신다은기자 down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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