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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안성기 데뷔 60주년 특별전’ 격변의 한국史..‘국민배우 안성기’가 되기까지(종합)

살아있는 전설, 대한민국 영화사(史)의 중심을 지켜온 배우 안성기의 데뷔 60주년 기념 특별전 ‘한국영화의 페르소나, 안성기展’이 열렸다.

13일 오후 3시 서울 마포구 상암동 한국영상자료원에서는 안성기 데뷔 60주년 기념 특별전 ‘한국영화의 페르소나, 안성기展’ 개막식과 언론 공동 인터뷰가 진행됐다. 이날 자리에는 안성기를 비롯해 배창호 감독, 사회자로 권율, 한예리, 그 밖에 양택조, 김지미, 이경영, 차순배, 김의성, 이한위, 장동건, 김민종, 오지호, 고아라가 참석했다.

배우 안성기가 13일 오후 서울 상암동 한국영상자료원 지하1층 영화관 2관에서 열린 ‘안성기 데뷔 60주년 기념 특별전’ 행사에 참석해 언론 공동 인터뷰 시간을 갖고 있다. /사진=지수진 기자




이날 안성기는 “작년에 영상자료원에서 이런 행사를 해야겠다고 말을 꺼냈을 때 부담 없이 넘어갔으면 했다. 슬쩍 넘어가는 행사가 될 줄 알았더니 굉장히 많은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하다”라고 감격의 인사말을 전했다. 이어 “영화를 좋아하는 분들은 저의 나이 대를 이미 알겠지만, 이번 행사로 내 나이가 어른 친구들에게까지 알려져서 얻는 것보다 잃는 게 있지 않겠나 싶다”고 너스레 섞인 말로 오랜 자신의 경력을 언급했다.

안성기는 50년대 블랙코미디부터 그로테스크한 작품까지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작품 활동을 해왔다. 이에 대해 “나는 배우가 연기력이 50%면, 선구안이 50%를 차지한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선구안이 중요한 것 같다”고 자신이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과 지금까지 대한민국 영화인의 중심을 지켜오며 성공해온 이유를 들었다.

이어 그는 “나는 어릴 때 연기가 뭔지 모르고 시키는 대로만 했다. 잘한다는 소리만 듣고 잘하는 줄 알고 연기를 해왔다. 당시에는 아역배우 자체가 잘 없었다”라며 “내가 천재라고 생각한 적은 없다. 하지만 오히려 그 어수룩한 점이 ‘하녀’에서 통했다고 생각한다”라고 50년대 아역시절부터 연기해온 자신의 과거 모습을 되돌아봤다.

안성기는 데뷔 60년을 자랑하지만, 영화 외에 TV드라마에서는 좀처럼 보지 못하는 배우이기도 하다. 그는 “영화는 많은 생각과 시간적인 여유가 충분하지만 드라마는 그렇지 못한 환경이다. 요즘도 잠 잘 시간이 없다는 말을 듣는 드라마 환경을 들어보면 참 끔찍한 것 같더라”라고 영화에 치중하는 이유를 들었다.

여기에 그는 “영화하는 사람들과 영화 자체가 많은 존중을 받았으면 하는 마음에도 출발을 했다. 나 자신도 많이 자제를 하고 다그치고 살았다고 자부할 수 있겠다”라며 “예전에 많은 사랑 영화가 나올 수밖에 없었던 시기가 있었다. 그런 영화는 내가 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신경을 상당히 많이 쓰면서 산 것이 사실이다. 기존에 사람들이 가진 배우의 이미지를 많이 벗어나려 했다. 학구적인 이미지를 가지려고 노력했다”고 지금까지 가져왔던 생각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놨다.

배우 안성기가 13일 오후 서울 상암동 한국영상자료원 지하1층 영화관 2관에서 열린 ‘안성기 데뷔 60주년 기념 특별전’ 행사에 참석해 언론 공동 인터뷰 시간을 갖고 있다. /사진=지수진 기자




안성기는 앞으로의 활동에서 가지는 바람으로 “앞으로 오래 영화하고 싶다. 배우로서의 이미지를 오래 간직하고 싶다. 참 아쉬운 건, 위의 선배들도 그렇고 일찍이 현장을 떠난다는 것이다. 그래서 주변에 선배나 동료가 계속 함께하지 못하고 사라져서 혼자남는 외로움이 있다”라며 “‘배우들이 저 정도까지 하면 열심히 할 수 있겠구나’라고 후배들이 생각하면서 정년을 길게 늘리고 싶다”고 밝혔다.

새삼 데뷔 이후 60년이 지났음을 떠올리며 “사실 어릴 때 촬영한 기억이 많이 남아있지는 않다”고 웃음을 자아내며 “민주화 이후 대기업 자본이 들어오고, 해외에서 공부했던 사람들도 들어오면서 1990년대 이후 ‘쉬리’ 이후 한국 영화가 산업화의 길로 들어선 것 같다. 그 때 얻은 것도, 잃은 것도 있겠지만 얻은 게 더 많겠다. 절대적인 파이가 훨씬 커졌기 때문이다. 역시 마음을 섞으며 살아온 가족 같은 풍경은 많이 잃은 것 같다. 그게 가장 아쉽다. 대기업에서 투자를 하다 보니 함께 일하기 편한 젊은이들과 많이 일을 하더라. 나이든 이가 도태되는 게 안타깝더라. 선후배 관계가 생활 깊숙이 들어오다 보니 오히려 많은 이들이 일할 기회를 잃기도 한다”고 한국 영화사 전반을 되짚어보며 적잖이 씁쓸해했다.

이어 안성기는 “나는 ‘국민배우’가 맞는 것 같다. 팬클럽이 없어서 그렇다”라고 농담하며 “좋은 미소를 띠고 목례를 하며 지나가는 분들이 아마 나의 팬들인 것 같다. 늘 고마워한다. 한결같은 느낌을 가져주시는 것 같다. 연탄불처럼 확 타오르지는 않아도 은은한 온기를 전하는 이미지인 것 같다. 이제는 ‘국민배우’라고 하시는 말에 그러려니 생각한다. 앞으로 잘 살았으면 하는 바람이 담긴 애정표현인 것 같다. 저도 거기에서 굳이 벗어날 필요는 없겠다고 생각한다. 작품 활동을 통해 잘 보여주고 싶다”고 자신을 ‘국민배우’라 칭하는 세간의 반응에 솔직한 심정을 전했다.

‘한국영화의 페르소나, 안성기展’에는 특별히 배우와 감독이 함께 참여하는 관객과의 대화 시간으로, 15일 ‘라디오스타’ 상영 후에는 안성기, 박중훈, 이준익 감독이, 22일에는 ‘개그맨’ 상영 후 안성기, 이명세 감독이 자리할 예정이다.

이번 특별전은 안성기가 보여준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 뿐 아니라 한국영화의 변천사 또한 확인할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되며, ‘하얀전쟁’, ‘바람불어 좋은 날’, ‘고래사냥’ 등 27편을 무료로 상영한다.

배우 안성기가 13일 오후 서울 상암동 한국영상자료원 지하1층 영화관 2관에서 열린 ‘안성기 데뷔 60주년 기념 특별전’ 행사에 참석해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지수진 기자


/서경스타 한해선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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