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마디로 박 터진다. 고된 주중 일과를 마친 금요일 밤, 지친 마음을 위로하기 위해 재미와 힐링을 내세운 예능프로그램들이 편성표를 수놓았다. 기존 시청자를 꽉 잡고 있는 터줏대감 프로그램부터 파일럿에서 정규로 자수성가한 프로그램, 시간대를 옮기며 심기일전한 프로그램도 모두 준비 완료다. 오후 9시부터 자정까지, 시청자들은 TV 앞에서 리모컨을 쥐고 행복한 고민을 하게 됐다.
ROUND1. tvN ‘윤식당’ VS MBC ‘발칙한 동거’
현재 금요 예능 왕좌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오후 9시 20분 방송되는 ‘윤식당’이다. 배우 윤여정을 중심으로 이서진, 정유미, 신구가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한식당을 운영하는 이야기다. ‘꽃보다 청춘’, ‘삼시세끼’ 등을 히트시킨 나영석 PD의 저력이 빛났다. 방송 3회 만에 자체 최고 시청률 11.3%(닐슨코리아 전국 유료플랫폼 기준)를 기록하는 것도 모자라, 영향력 있는 예능프로그램 1위에 올랐다.
‘윤식당’의 가장 큰 매력은 ‘힐링’이다. 작위적인 연출도 돌발 미션도 없다. 메인 셰프 겸 사장 윤여정, 상무 이서진, 주방보조 정유미와 알바생 신구의 자연스럽고도 편안한 매력이 프로그램을 채웠다. 한 편의 드라마를 보듯 ‘윤식당’의 성장기를 볼 수 있다는 것도 장점. 오늘 방송에서는 2호점의 경영 부진을 해결하기 위한 이서진의 신메뉴가 첫 선을 보인다. 본방사수를 외치고 있는 시청자가 한 둘이 아니다.
적수 없는 금요일 9시대에 새롭게 도전장을 낸 프로그램이 있다. MBC에서 야심차게 준비한 ‘발칙한 동거’(오후 9시 30분 방송)다. 지난 7일 종영한 ‘듀엣가요제’ 후속으로 편성된 ‘발칙한 동거’는 스타들이 짝을 이뤄 실제 자신이 거주하던 집에서 함께 생활하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집주인과 방주인이라는 독특한 관계 설정과 여타 방송에서 볼 수 없던 연예인 조합이 특징이다.
‘발칙한 동거’는 지난 1월 설 특집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등장했다. 당시 8.3%라는 시청률을 기록, 당당히 ‘정규직’에 입성했다. 출연자 김구라에 따르면 ‘발칙한 동거’는 과하지 않다는 게 장점. ‘윤식당’과 마찬가지로 사찰 음식 같은 편안한 매력으로 승부할 예정이다. 파일럿에서 꿀케미를 보여준 한은정-김구라, 피오-김신영-홍진영 조합에 뉴 페이스 용감한 형제-정소민-양세찬을 투입해 경쟁력을 키웠다.
BONUS ROUND. SBS ‘정글의 법칙’
‘발칙한 동거’가 ‘윤식당’을 넘기 전 먼저 통과할 관문이 있다. 오후 10시 방송되는 ‘정글의 법칙’이다. 지난 2011년부터 금요일 밤을 책임지고 있는 ‘정글의 법칙’은 김병만에게 연예대상을 안기기도 한 저력이 있는 프로그램. 앞의 두 프로그램보다 다소 늦게 방송을 시작하는 것이 약점이지만, 현재 방송되는 수마트라 편에서는 비투비 프니엘과 육성재, 구구단 김세정 등 화제성 있는 아이돌을 섭외해 시청률 11.1%를 차지했다. 결코 만만히 볼 상대가 아니다.
ROUND2. MBC ‘나 혼자 산다’ VSSBS ‘백종원의 3대 천왕’
오후 11시대로 가보면, 오늘로 200회를 맞은 ‘나 혼자 산다’(오후 11시 10분 방송)가 기다리고 있다. 1인 가구 스타들의 다채로운 무지개 라이프를 보여주겠다는 ‘나 혼자 산다’는 사실 ‘발칙한 동거’의 전신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스타가 실제 거주하는 집을 보여주며 리얼 라이프를 전한다는 데서 맥락을 같이 한다. 지난 2013년 2월 파일럿 프로그램 ‘남자가 혼자 살 때’로 좋은 반응을 얻은 뒤 같은 해 3월 정규 편성 됐다.
그간 ‘나 혼자 산다’는 고정 멤버들 외에도 황치열, 권혁수, 다니엘 헤니 등 신선한 얼굴을 섭외해 그들의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며 인기를 얻었다. 오늘 방송에서는 무지개 모임 창단 4주년 및 200회를 기념해 전현무-박나래-한혜진-헨리-기안84-이시언이 제주도로 MT 떠나는 모습을 선보일 예정. 여기에 깜짝 게스트 다니엘 헤니까지 지원 사격에 나섰다. 최근 6%로 다소 주춤한 시청률을 보이던 ‘나 혼자 산다’가 200회를 기점으로 반등할지 주목된다.
돌아온 탕아 ‘백종원의 3대 천왕’은 SBS의 승부수다. ‘나 혼자 산다’ 보다 딱 10분 늦은 오후 11시 20분에 시작한다. ‘백종원의 3대 천왕’은 애초에 금요일 예능으로 시작했다. 2015년 8월에 토요일 6시대로 옮기기 전까지, 금요일 오후 11시 25분에 방송하며 7주 연속 동시간대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토요일로 옮긴 후 초반에는 나름 괜찮은 성적을 보였으나 결국 ‘무한도전’과 ‘불후의 명곡’의 아성을 넘지 못하고 돌아오게 됐다.
그래서일까, 각오가 대단하다. 대대적인 개편을 통해 음식과 요리, 즉 프로그램의 본질에 더욱 집중하겠다고 선언했다. 사실 이 시간만큼 야식이 당기는 때가 또 없다. 남녀노소 웬만해서는 취향타지 않는 ‘먹방’으로 시청자들의 기본적인 욕구를 자극하겠다는 의지다. 여기에 특급 게스트도 준비해 놨다. 레드벨벳 아이린과 슬기, 로이킴과 딘딘이 출연해 학교 분식 특집을 꾸민다. 심기일전한 ‘백종원의 3대 천왕’이 예전 성적을 회복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
BONUS ROUND. KBS2 ‘언니들의 슬램덩크2’
11시 10분 방송되는 ‘언니들의 슬램덩크2’는 위협적인 상대는 아니다. 현재 3%대의 시청률로 금요 예능 중 가장 낮은 성적이다. 그러나 시즌1에 이어 시즌2까지 오게 된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오로지 여자로만 구성된 멤버들의 케미가 훈훈하다. 시즌1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았던 걸그룹 데뷔에 포커스를 둔 것도 강점이다. 오늘 방송에서 신곡 ‘맞지?’의 녹음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호시탐탐 반등할 기회를 노리는 중이다.
승부를 예상해보자면, 아무래도 ‘윤식당’에 무게가 쏠린다. 시청자들이 나영석 PD에게 가지고 있던 기대감을 초반부터 충족한 데다 매 회 긴밀한 전개를 이어가며 다음 회를 기다리게 하고 있기 때문. 이어 시간대와 소재의 환상적인 콜라보를 이룬 ‘백종원의 3대 천왕’이 명예를 회복할 것이라 바라본다. 그러나 뚜껑은 열어봐야 안다. 고로 결론을 내리기엔 시기상조다. 시청자들의 리모컨은 날카롭고 단호하다. 절대 강자도 절대 약자도 없는 예능 판도 속 오늘 밤 대결이 흥미진진하게 다가온다.
/서경스타 양지연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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