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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성장엔진 위한 소프트인프라]"실질적 지원 10년째 제자리"...허울뿐인 기초과학예산 OECD 1위

2부. 변혁·융합의 시대...기초과학을 키워라

<1>기초연구 확대로 과학기술 국격 높이자

기초연구 예산 비중 美·日 월등히 앞서지만

정부가 직접 배정하는 하향식 비중만 확대

자유공모방식 투입예산 해마다 쪼그라들어

"기초연구 활성화하려면 자유공모 지원 늘려야 "





# 수도권 대학에서 신소재를 연구하는 김과학(가명) 교수는 올해 정부로부터 5,000만원의 기초연구비를 지원받았지만 비용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함께 연구할 석사연구원 2명의 1년 급여 2,880만원(1인당 월 120만원)을 제하고 나면 남는 연구비는 고작 2,120만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필수 연구장비를 구매하고 재료비를 충당하기에 턱없이 모자란다. 김 교수는 “물가는 계속 오르는데 실질적 기초연구 지원비는 10년 동안 제자리인 탓에 과제를 제대로 수행하기가 어렵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한국의 국내 국내총생산(GDP) 대비 기초연구 예산 비중은 0.7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운데 1위(2013년 기준)다. 과학기술 선진국으로 알려진 미국(0.48%)이나 일본(0.44%)보다 월등히 앞선다. 전체 연구개발(R&D) 예산으로 범위를 넓혀도 한국은 OECD 가입국 가운데 GDP 대비 투자 비중(4.23%·2015년 기준)이 1위를 차지한다. 지표만 보면 한국은 이미 과학기술 선진국 반열에 오른 것처럼 보인다.

그렇다면 현실은 어떨까.

국가의 기초연구 수준을 보여주는 바로미터 중 하나인 노벨상 수상 현황을 살펴보면 적나라한 현실이 보인다. 1901년 제정된 후 한국 과학계에서는 한 번도 물리학·화학·생리학 및 의학 등 기초과학 분야에서 수상자를 내지 못했다. 수상 여부로만 기초연구 수준을 평가할 수는 없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인정받을 만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세계 3대 과학 저널에 논문을 게재한 숫자(2014년 기준)를 봐도 한국은 54건으로 미국(1,577건), 중국(177건), 일본(158건) 등에 크게 뒤진다. 유룡 KAIST 화학과 교수는 “기초과학을 살리지 않으면 인공지능(AI) 등 4차 산업혁명에서 쓰이는 핵심 기술의 확보조차 어렵게 된다”고 지적했다. 기초연구 성과부터 체계적으로 쌓여야 4차 산업혁명의 높은 파고를 넘어 새로운 돌파구를 찾을 수 있다는 점을 역설한 것이다.

이 같은 현실의 원인은 정부의 기초연구 관련 예산 현황을 자세히 뜯어보면 알 수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전체 기초과학 연구 예산은 총 5조2,038억원. 이 중 연구자가 자유롭게 연구하는 형태의(자유공모 방식·상향식 형태) 과제 예산은 1조1,041억원이다. 자유공모 방식에 투입되는 예산은 2011년부터 꾸준히 늘어났지만 거꾸로 전체 기초과학 연구 예산 대비 비중은 27.3%에서 지난해 21.2%로 크게 쪼그라들었다. 오히려 정부와 공적 기관이 주제를 정해 연구진에 맡기고 예산을 배정하는 방식(하향식 형태)이 차지하는 비중이 늘었다.

게다가 자유공모 방식의 기초과학 연구 지원 사업의 면면을 살펴보면 김 교수의 사례처럼 총 예산 5,000만원 이하의 과제가 전체의 70%가량을 차지한다. 연구진이 예산 부담 없이 자유롭게 기초과학 연구를 진행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환경이라는 의미다. 호원경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는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지식은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나오게 된다”며 “연구진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자유공모 방식의 비중을 높여야 기초과학이 살아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호 교수를 비롯해 국내 대표 과학 연구자 92명은 지난 1월 국회에 기초과학 연구지원 체계의 개선을 촉구하는 공동명의의 청원서를 제출했다. 호 교수 등은 자유공모 방식 지원 규모가 4조원은 돼야 기초연구가 활성화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과학기술 주무 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는 기초과학 연구 예산을 오는 2018년 1조5,000억원으로 대폭 늘린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과학계는 정부의 약속 이행 여부를 의심하는 분위기다. 실제 정부가 2012년 ‘제3차 기초진흥종합계획(2013년~2017년)’을 수립할 때도 기초과학 연구 투자 비중을 크게 늘린다고 명시했지만 실질적으로는 국책사업과 연구기관 지원에 예산을 투입했던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과학계 비례대표 국회의원(19대) 출신인 민병주 울산과학기술원 초빙교수는 “정부가 기초연구 지원을 늘리기로 했지만 전체 예산 대비 아직 미미한 수준”이라며 “국회 예산심의 과정에서 과학계 의견을 적극 반영해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할 수 있는 기초연구 활성화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지민구기자 mingu@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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