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이 재임 기간 중 삼성·롯데·SK 등 대기업 민원을 해결해주는 대가로 실제 받았거나 요구한 뇌물 금액이 592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앞서 지난달 31일 박 전 대통령을 구속하면서 삼성그룹에서 받은 433억원(실제 수령 298억원)만 뇌물로 봤다. 하지만 여섯 차례 대면조사 등 수사 과정에서 ‘비선실세’ 최순실씨가 요구해 롯데그룹이 K스포츠재단에 추가 출연하거나 SK그룹에 요구한 금액까지 면세점 인허가 등에 대한 대가성이 있는 자금으로 판단하면서 뇌물 금액이 크게 늘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17일 밝힌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혐의는 모두 18개로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와 제3자 뇌물수수, 제3자 뇌물요구,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강요, 강요미수 등이다. 특수본에서 가장 주목한 혐의는 뇌물수수다. 다만 최씨가 롯데그룹과 SK그룹에 K스포츠재단 추가 출연을 요구한 것과 관련해 특수본은 혐의 적용에 대한 판단을 달리했다. 양측이 모두 박 전 대통령과 독대 과정에서 면세점 사업자 선정 등 민원을 제기했으나 70억원을 건넨 롯데와 달리 SK는 돈을 전달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박 전 대통령에게는 뇌물수수 외에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을 통해 공무상 비밀이 담긴 공문서 47건을 최씨에게 유출하고 현대자동차그룹 납품과 포스코 펜싱팀 창단, KT 인사 개입 등을 했다고 보고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강요 등의 혐의도 적용했다. 그랜드코리아레저가 장애인 펜싱팀을 창단하도록 한 뒤 최씨가 운영하는 더블루케이가 에이전트 계약을 체결하고 하고 손경식 CJ그룹 회장에게 이미경 부회장의 퇴진을 요구한 점도 각각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강요와 강요미수로 판단했다.
검찰 기소로 박 전 대통령은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에 이어 전직 대통령으로는 세 번째로 법의 심판대에 오르는 불명예를 안았다. 특히 박 전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한 언론사가 최씨가 사용했다는 태블릿PC를 공개하면서 국정농단 의혹을 제기한 지 5개월 만에 대통령에서 피의자로, 다시 구치소에 갇혀 재판을 받아야 하는 처지로 전락했다. 또 검찰 기소로 자유한국당 1호 당원인 박 전 대통령의 당원권은 정지됐다.
특수본은 이달 12일 구속 수사에 실패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해서도 불구속 기소했다. 특수본은 문화체육관광부 인사와 CJ E&M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과정 등에 압력을 넣고 미르·K스포츠재단 불법 설립 문제의 진상을 은폐했다고 판단하고 우 전 수석에게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강요·직무유기·위증 등 혐의를 적용했다. 앞서 “기각 사유를 검토해 재청구 여부를 판단한다”며 구속영장을 다시 청구할 수 있다는 뜻을 나타내기도 했지만 결국 불구속 기소 선에서 수사를 마무리했다.
/안현덕·신다은기자 alway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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