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오후10시10분께 청주시 흥덕구 송절삼거리 앞. 빠르게 달리던 검은색 승용차 한 대가 음주단속을 하고 있던 경찰을 보고 갓길 쪽으로 급히 핸들을 틀었다. 음주단속을 하던 김은태(29) 경장과 박민규(30) 순경은 음주운전 차량으로 판단하고 차량 쪽으로 급히 달려갔다. 차를 세운 운전자의 표정은 다급했다. “임신한 아내가 양수가 터져 고통을 호소하고 있어요. 제발 병원으로 데려가주세요.”
김 경장과 박 순경은 처음에는 119에 도움을 요청하려 했지만 워낙 상황이 급박해 직접 이송하기로 결정했다. 차량 뒷좌석에서는 임신부 A(34)씨가 배를 부여잡고 고통에 찬 신음 소리를 내고 있었다. 옷 곳곳에 양수 자국이 선명했다. 산모를 부축해 순찰차 뒷좌석에 태운 뒤 곧장 출발했다. 남편은 승용차를 몰고 순찰차를 뒤따랐다.
경광봉과 사이렌을 켠 순찰차는 약 6㎞ 떨어진 서원구 개신동의 산부인과로 향했다. 병원으로 가는 길에는 신호등이 있는 교차로가 많았고 차선마다 4~5대의 차량이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사이렌 소리를 들은 운전자들이 양옆으로 비켜 길을 터준 덕분에 순찰차는 속도를 줄이지 않고 교차로틀 통과할 수 있었다. 또 횡단보도를 건너던 시민 십여 명도 차가 지나갈 수 있게 가던 걸음을 잠시 멈춰 섰다. 시민들의 협조 덕분에 경찰은 평소였으면 20분 이상 걸릴 거리를 5분 만에 주파했다. 병원에 도착한 A씨는 약 5분 뒤 건강한 아들을 순산했다.
박 순경은 “상황이 급박하다고 판단해 주저 없이 순찰차를 이용해 병원으로 이송하기로 결정했다”며 “산모에게 전화가 걸려와 건강한 남자아이를 출산했다는 얘기를 들으니 너무 뿌듯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급박한 상황에서 협조해준 시민들께도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김우보기자 ubo@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