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측이 20일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를 향해 “아무리 급해도 자기 정체성을 배신하는 얘기를 해서는 안 된다”고 거세게 비판했다.
문 후보 측 우상호 공동선대위원장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어 “오늘 아침 박 대표의 브리핑은 평정심을 잃은 것이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박 대표가 하실 말씀은 아니지 않냐”면서 이같이 밝혔다. 앞서 박 대표는 이날 오전 국민의당 당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문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미국보다 북한에 먼저 가겠다’고 했는데 이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과 대북정책의 ABC도 모르는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박 대표는 또한 “(문 후보가) 토론에서 주적이 어디냐는 질문에 답변을 머뭇거렸다. 그런데 엄연히 국방백서에는 주적이 북한으로 나와있다. 우리 주적은 북한이다”라고 밝혔다.
이 같은 박 대표의 발언에 우 위원장은 “적어도 박 대표가 문 후보에게 북한을 먼저 간다는 식으로 주적론을 부정했다는 식의 색깔론을 펼친 건 후배로서 정말 실망”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김 전 대통령을 오래 모시고 6·15 정상회담을 성사시켰으며 평생을 남북 평화를 위해 기여한 분이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와 다를 바 없는 말을 해서 되겠나”라고 지적했다.
한편 우 위원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에 대한 네거티브 지침을 담은 내부 문건에 대해 “공식 문서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앞서 CBS 노컷뉴스는 “문 후보 측 선대위에서 안 후보에 대해 SNS 상에 ‘비공식적 메시지’를 확산하라고 지침을 내린 내부 문건이 나왔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에 우 위원장은 “캠프 차원의 지시가 아니다. 본부 차원의 책임 있는 사람은 문건을 준 적도, 받은 적도 없다”면서 “조직적으로 공유해서 만든 게 아니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전략본부장과 부본부장 등 캠프 내부 주요 본부장 등에게 확인해봤지만 내용을 아는 사람이 없었다”면서 “비서실장이나, 총괄본부장, 공보단장, 부대변인 등도 모두 이메일을 받지 않아 ‘우리가 안 받으면 누가 받은 거냐’고 농담처럼 얘기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내부 자료의 유출이 문 후보의 당내 통합 실패를 의미하는 게 아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우 위원장은 “수 백 명이 있는 캠프에서 개인이 자기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면서 “캠프가 가진 중요 문서가 유출된다면 내부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겠지만 그런 것은 없었다”고 일축했다.
/하정연기자 ellenah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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