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에 사는 주부 김혜미(35)씨는 얼마 전 집에서 키우던 강아지가 죽어 뒷산에 묻어주려다 깜짝 놀랐다. 반려동물의 사체를 뒷산이나 공원에 매장하는 것이 법적으로 금지돼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반려동물 사체는 현행법에 따라 쓰레기봉투에 넣어 폐기물로 처리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큰 충격에 빠졌다.
어찌할 바를 모르던 김씨는 지인의 도움으로 스타트업 매드메이드를 알게 됐다. 매드메이드는 애플리케이션 ‘포옹’을 통해 고객이 반려동물 장례식을 신청하면 장례지도사 자격증을 가진 전담 매니저를 보내 사체 수습부터 화장까지 서비스를 일괄 제공한다. 김씨는 메드메이드를 통해 장례식을 무사히 마친 것은 물론 유골함과 반려동물 사리가 담긴 메모리얼스톤도 받을 수 있었다.
반려동물 인구가 증가하면서 관련 산업에 뛰어드는 스타트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예전에는 의류나 액세서리·간식을 판매하는 업체에 창업이 집중됐다면 이제는 온라인 연계 오프라인(O2O)을 활용해 입양부터 이동·돌봄·장례까지 반려동물 생애 단계별로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21일 은행권청년창업재단 디캠프에 따르면 현재까지 반려동물 관련 서비스를 선보인 국내 스타트업은 40여곳으로 추정된다. 국내 반려동물 산업 시장이 지난 2012년 9,000억원에서 2015년 1조8,000억원으로 늘어났고 오는 2020년에는 5조8,100억원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반려동물 스타트업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반려동물 스타트업 업계의 키워드는 ‘웰빙’이다. 반려동물 수가 2000년대 초반부터 늘어나기 시작해 현재 노령에 접어들었고 동물복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어서다. 이에 따라 반려동물의 건강과 의료·장례를 책임지는 업체들이 주목되고 있다.
‘펫닥’은 반려동물 주인과 수의사를 연결해주는 업체다. 반려동물의 증상을 글과 사진으로 앱에 올리면 고객 위치에서 가장 가까운 수의사가 직접 일대일로 상담을 해준다. 만약 반려동물에 문제가 있다면 지역 동물병원으로 연계해준다.
전국 수의사들을 회원으로 보유한 ‘한국동물병원협회‘와 협약을 맺고 서비스를 제공한다. 최승용 펫닥 대표는 “펫닥은 반려동물 보호자와 수의사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앱”이라며 “점점 경쟁이 심화돼가는 동물병원 수의사들의 마케팅을 돕고 반려동물이 아파도 어디에 물어봐야 할지 잘 모르는 보호자들에게는 의료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반려동물 관련 서비스 수요가 다양해지면서 새 아이템으로 사업을 전개하는 업체도 나오고 있다. ‘도그메이트’는 여행으로 집을 비우는 주인들을 대신해 반려견을 돌봐주는 ‘펫시터’ 업체다. 반려동물관리사 자격증을 획득했거나 도그메이트가 자체적으로 만든 교육 프로그램을 이수한 60여명의 돌보미들이 서비스를 하고 있다. 이하영 도그메이트 대표는 “직접 적은 ‘돌봄일지’를 주인에게 보내주는 서비스가 입소문을 타면서 창업 약 1년 만에 한 달에 80~100명의 이용자를 확보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펫미업’은 반려동물 이동 서비스 제공업체다. 반려동물을 기르는 사람들이 이동에 불편을 겪는다는 점을 알고 장수익 대표가 지난해 8월 창업했다. 카카오톡이나 펫미업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하면 반려동물과 함께 탈 수 있는 차량을 보내준다. 도착하면 택시처럼 앱 미터기에 찍힌 요금을 결제하면 된다.
반려견 입양을 중개하는 ‘페오펫’은 강아지를 좋은 보호자에게 연결해준다. 강아지 전문 브리더와 파트너십을 맺고 고객이 원하는 반려견을 잘 입양할 수 있도록 돕는다. 최현일 페오펫 대표는 “기존에는 인터넷 검색이나 애견카페 등을 통해 입양해 반려견에 대한 검증작업이 잘 이뤄지지 않았다”며 “페오펫은 전문 브리더가 키우는 강아지만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고객은 안심하고 원하는 반려견을 입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유망 반려동물 스타트업이 속속 등장하면서 벤처캐피털(VC)들도 이들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신동원 DSC인베스트먼트 수석팀장은 “1인 가구 증가에 따라 반려동물 산업이 커지면서 VC 업계도 스터디를 통해 유망 반려동물 업체를 분석하는 데 열중하고 있다”며 “조만간 1~2개 업체에 투자를 집행하는 것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대기업과 차별화된 서비스를 선보여야 한다는 점은 반려동물 스타트업들의 숙제다. 최근 대기업들도 성장성을 높이 보고 사료·간식·건강제품·미용용품 등 반려동물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통신사들은 사물인터넷(IoT) 반려동물 웨어러블 기기와 반려견 전용 TV 서비스 사업에 나서고 있다.
김광현 디캠프 센터장은 “자본력을 앞세운 대기업들도 반려동물 사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것”이라며 “소비자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하고 대기업 참여가 쉽지 않은 서비스를 안전하게 제공하는 스타트업들이 경쟁력을 갖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동훈기자 hoon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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