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주요 정당 대선후보들이 25일 펼친 네 번째 TV토론회는 일자리를 누가 만드느냐에 관한 진보·중도·보수 진영 간 격론의 장이었다. 고용창출에 대해 진보 후보는 정부를 주체로, 중도 후보는 정부를 마중물로 정의하고 역할론을 펼친 반면 보수 후보는 민간이 고용 주체라고 강조하며 각을 세웠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공공 부문이 선도적으로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고용창출의 주역은 민간과 기업이라고 반박했다.
이날 JTBC가 경기도 고양 일산 스튜디오에서 개최한 대통령 후보 초청 토론회에서 후보들은 일자리 창출 등을 위한 정부 재정지출 규모가 적정한지, 그 돈을 어떻게 만들지를 놓고 갑론을박했다. 또한 청년 실업과 사회 양극화 문제는 왜 심화되는지에 대해서도 극과 극의 진단을 내놓았다.
◇공공일자리 비용 논란=이날 백가쟁명식 고용해법 논쟁의 표적은 문 후보였다. 집권 시 매년 4조2,000억원씩 5년간 총 21조원의 재정을 투입해 81만개의 공공 부문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공약했던 게 공격 대상이 됐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4조2,000억원을 공공 부문 일자리 80만개로 나누면 1년에 500만원, 월 40만원이 된다”며 “월 40만원짜리 일자리를 80만개 만들겠다는 것이냐”고 직격탄을 날렸다. 문 후보는 “81만개 일자리 중 17만개가 공무원 일자리인데 5년간 총 17조원이 든다”며 “나머지 64만명은 공공 부문 일자리여서 4조원이면 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유 후보는 “황당한 주장”이라며 “9급 공무원 초봉을 줘도 연간 4조3,000억원이다. 이것만 해도 (5년간) 21조원이 넘는다”고 되받아쳤고 문 후보는 “우리 정책본부장과 토론하는 게 맞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선진국화냐, 그리스 전철이냐=안 후보는 일자리 창출 주체 논쟁에 대한 시동을 걸었다. 그는 일자리 창출에 대해 “민간과 기업이 주도해야 한다”며 정부의 역할은 “기반을 닦는 일”로 제한했다. 정부는 과학기술에 투자하고 공정경쟁이 가능한 경제구조를 만드는 데 집중하라는 게 안 후보의 지적이다. 반면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정부도 명백한 경제 주체”라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은 (2009년) 세계 경제위기 이후 공공일자리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의 공공 부문 일자리 비중은 7.1%에 불과해 21%대인 OECD 평균의 3분의1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문 후보도 “공공일자리가 선진국에 비해 우리는 태부족”이라며 심 후보의 편을 들었으나 고용에 대한 공공 부문의 역할에 대해서는 “일자리 마중물”이라고 선을 그었다. 문 후보는 “원래 일자리는 민간부문이 주도해 만드는 게 원칙이긴 하다”라면서 “우리나라는 십수년간 민간이 일자리를 만드는 데 실패하고 있다. 여전히 시장에 맡기자는 주장이 있는데, 이는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자는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국가부도를 낸 그리스를 환기하며 “그리스에는 전부 공무원 일자리만 있다. 한 사람이 해도 될 일을 네 사람이 해 이것을 나눠 먹는다. 그래서 그리스가 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저임금 공방=문 후보는 대선에서 승리해 집권 시 내년도 최저임금을 시간당 7,500원 이상으로 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문 후보는 오는 2020년까지 시간당 최저임금을 1만원까지 올리겠다는 공약을 실행하려면 올해 6월 최저임금위원회에서 7,500원 이상을 가이드라인으로 해야 한다고 심 후보가 지적하자 “그런 의지를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6월29일까지 최저임금위가 결론을 내면 내년도 임금에 반영된다.
한편 안 후보는 규제프리존의 공공성 문제를 심 후보가 주장하자 “안전·의료·영리화는 전부 (규제프리존에서)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병권·박호현·하정연기자 newsroo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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