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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프고 무섭다고 동심파괴 연극? 아이들도 예술 누릴 권리 있다

29일 개막하는 안데르센 동화연극 '엄마 이야기'

박정자·한태숙·김숙희 12년만에 의기투합

"아이들 비위 맞추는 작품은 태반...철학적인 감성 느낄 작품 필요"

안데르센 동화연극 ‘엄마 이야기’에서 죽음(배우 박정자)가 태오(배우 김성우)를 죽음의 정원으로 안내하는 장면 /사진제공=아이들극장




어두 컴컴한 실내. 배우 박정자 특유의 묵직한 목소리로 극이 시작된다. 박정자가 맡은 역할은 죽음. 무대 오픈 편에선 엄마(배우 전현아)의 기도에도 아들 태오가 숨을 거둔다. 이후 아이를 되찾기 위한 엄마의 여정이 시작된다. 아이를 그리워하며 엄마가 부르는 자장가 노래를 들은 죽음은 노래를 빼앗아 가고 죽음의 호수를 건너기 위해 엄마는 두 눈을, 죽음의 숲에 들어가기 위해 젊음을 내준다. 시종일관 오싹하고 음산한데다 결말로 갈수록 비극적 색채가 짙어진다.

안데르센 동화연극 ‘엄마 이야기’에서 죽음의 강을 지키는 괴물 물고기(배우 이지혜)가 강을 건너는 조건으로 엄마(배우 전현아)의 두 눈을 요구하는 장면/사진제공=아이들극장


이 작품은 안데르센의 동화연극 ‘엄마이야기’. 수도권 유일의 어린이 전용극장인 아이들극장에서 개관 1주년이자, 가정의달을 맞아 준비한 작품이지만 굳이 아동극이라는 타이틀을 달지 않았다. 어른과 아이 모두 즐길 수 있는 연극을 표방하는 탓이다.

형형색색 무대에 체험형 공연을 표방하는 어린이극이 대부분인 가운데 어둡고 슬픈 비극이 아이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을까. 지난 25일 서울 종로 아이들극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연출을 맡은 한태숙은 “오싹하고 슬프고 괴기스러운 작품이 되길 바랐다”며 “무서우면 무서운대로, 슬프면 슬픈대로 아이들에게 전달되는 메시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정자가 “이 작품을 어린이극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내가 하는 연극 중 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고 하자 김숙희 아이들극장 예술감독 역시 “우리 아동극 시장은 아이들에게 비위를 맞추는 작품이 태반인데 어릴 때부터 예술적인 감각과 철학적인 감성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을 보여주고 싶었다. 아이들이 극장 나갈 때 펑펑 울면서 나가게 하자는 마음으로 준비했다”고 거들었다.



안데르센 동화연극 ‘엄마 이야기’에서 엄마(배우 전현아)가 죽음의 정원에 들어가기 위해 문지기(배우 허웅)에게 부탁하는 장면 /사진제공=아이들극장


이들이 손주뻘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분명하다. “죽음 역시 삶의 한 과정이라는 것”이다. 박정자는 “죽음이라는 건 늘 우리 곁에 있다는 걸 말해주는 작품”이라며 “내가 비록 거창하게 옷을 입었지만 특별히 오싹하게 연기하기 보다는 같이 놀고 어우러지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보여주려 했다”고 설명했다.

5장 짜리 동화가 55분간 이어지는 연극 작품으로 무대에서 새로운 생명을 얻기까지 쟁쟁한 이들이 힘을 보탰다. ‘우당탕탕, 할머니의 방’ 이후 12년만에 아이들이 볼 수 있는 연극을 만들어보자고 의기투합한 박정자, 한태숙, 김숙희 외에 ‘어머니 이야기(북하우스 펴냄)’를 그림책으로 그렸던 조선경 작가가 포스터 등 각종 일러스트 작업을 맡았다. 또 오브제 디자이너 이지형 작가가 극장 입구에서부터 아이들을 극의 세계로 초대할 대형 오브제를 제작했고 연극 ‘세일즈맨의 죽음’ 등에서 음악을 맡았던 지미세르가 몰입감 높은 음악을 선보인다. 다음달 21일까지 아이들극장

/서은영기자 supia927@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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