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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돋보기] ‘백상예술대상’ 공유의 눈물, 무엇이 그를 두렵게 했나

공유가 울었다. 그동안 안고 있던 불안과 수상의 벅참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소감을 말하는 내내 시선은 땅을 향했다. 낮은 목소리는 잦게 떨렸다.

지난 3일 열린 제53회 백상예술대상에서 TV부문 남자최우수연기상의 주인공은 공유였다. tvN ‘도깨비’의 남자주인공으로 상을 받았다. 900년을 넘게 살아온 도깨비 김신 역을 훌륭히 소화한 공유였다. 그의 수상에 이견은 없었다. 모두들 진심으로 축하했고, 진심어린 수상소감에 박수를 보냈다.

공유의 눈물은 복잡했다. 본인 스스로도 이 자리에 서는 것이 굉장히 두렵고 겁이 난다고 말했다. 이유는 아직 찾고 있는 중. 무엇이 두려운지도 모르는 채 두려움을 온 몸으로 표현했다. 그의 불안은 정확히 설명되지 않았다. 그러나 지켜보는 모두는 복잡한 마음을 오롯이 전달받았다. 수상소감에서 불안의 원인을 짐작할 수 있었다.

“내가 어디 있는지, 내가 누군지, 내가 지금 어디로 가는 중인지…”

“이 무겁고 큰 상은 나약해져 있는 저에게 그만 주저하고 방황하라고 주는 상”



/사진=JTBC ‘백상예술대상’




대중이 본 것은 1년이지만, 공유는 2년 동안 4개의 삶에 머물렀다. 낯선 여자와 하면 안 되는 사랑에 빠진 ‘남과 여’, 타인을 위해 좀비가 된 ‘부산행’, 나라를 위해 목숨 바쳐 싸운 ‘밀정’, 약 천년 동안 외로움을 견디며 인간사를 굽어본 ‘도깨비’를 거쳤다. 이제 다시, 한 사람의 인간 공지철로 돌아왔다.

공유는 사실 다작배우가 아니다. 2009년 말 군대에서 제대한 이후 2013년까지 매 해 하나의 작품만 선보였다. 영화 ‘김종욱 찾기’(2010), 영화 ‘도가니’(2011), KBS2 ‘빅’(2012), 영화 ‘용의자’(2013)까지. 자주는 아니지만 꾸준히 얼굴을 비추는 배우였다.

그랬던 그가 2014년 말 ‘남과 여’ 크랭크인을 시작으로 2016년 ‘도깨비’까지 쉴 틈 없이 달려왔다. 스스로도 헷갈리는 게 당연했다. 공유는 인기를 얻을 수 있는 특정 캐릭터에 안주하지 않았다. 실제로 그가 보여준 ‘남과 여’ 기홍, ‘부산행’ 석우, ‘밀정’ 김우진, ‘도깨비’ 김신은 모두 다른 사람이었다. 김신을 보면서 석우가 떠오르지 않았다.

공유는 모든 인물을 겪고 흰 도화지로 돌아와야만 했다. 전혀 다른 인생을 옮겨가는 과정이 수월하지만은 않았을 터. 지난달 29일 대만 팬미팅에서는 “쉬지 않고 오랫동안 일을 하니 마음이 많이 약해져 있더라”며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다. 새 인물을 사는 것은 배우의 숙명이다. 그러나 몰아쳤던 2년은 공유에게 너무나 크게 다가왔다.

“저를 오랫동안 궁금해 해주시고 애정을 보내주셨던, 김신을 선물해주신 김은숙 작가님”





/사진=tvN ‘도깨비’


마지막 작품인 ‘도깨비’는 더욱 특별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공유는 2007년 MBC ‘커피프린스 1호점’으로 연기대상 남자우수상을 받았다. 그 후로 정확히 10년 만에 연기자로서 상을 받게 됐다. 2011년 제32회 청룡영화상 인기스타상을 받은 것을 제외하면, 작품이 아닌 배우 공유에게 주어진 상은 실로 오랜만이었다.

2016년 공유가 출연한 영화의 성적은 나쁘지 않았다. 아니 성공했다. ‘부산행’은 지난해 유일한 천만 영화가 됐고, ‘밀정’또한 가뿐히 750만 관객을 넘겼다. 이번 백상예술대상의 성적만 봐도 알 수 있다. ‘부산행’은 연상호 감독에게 신인감독상을, 김의성에게 남자조연상을 안겼다. ‘밀정’은 김지운 감독에게 감독상을, 송강호에게 영화부문 남자최우수연기상을 선물했다. ‘부산행’의 공유와 ‘밀정’의 공유는? 후보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다.

물론 대중들은 안다. ‘부산행’과 ‘밀정’에서 공유는 반드시 필요한 배우였다. 좀비들이 각자의 사연을 펼쳐내기 위해서, 송강호가 흔들리는 내면연기를 그려내기 위해서 공유는 든든한 기둥이 됐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그의 연기 인생에 이렇게 다작을 한 것도 흔치 않은데, 10년 만에 찾아온 기회를 이렇게 지나치나 싶기도 했다.

그래서일까, 백상예술대상 TV부문 대상을 받은 김은숙 작가를 보며 공유는 또 다시 울컥했다. 촉촉이 젖은 눈과 감격어린 시선이 그의 마음을 짐작케 했다. 알다시피 김은숙 작가와 공유에게는 특별한 사연이 있다. ‘도깨비’ 제작발표회에서 김은숙 작가는 “공유에게 5년간 여러 작품에서 까였다”고 표현했다. 김은숙 작가의 끊임없는 믿음과 애정이 만든 ‘도깨비’는 가치를 따질 수 없는 선물이 됐다. 오직 공유였기에 가능한 도깨비가 탄생했다.

“제가 다시는 이 자리에 못 설 수도 있기 때문에”



다시는 이 자리에 오르지 못할 수도 있다며 소중한 사람에게 진심을 고백한 공유다. 작품 활동이 생각처럼 풀리지 않았던 시기, 여러 작품을 내보이며 평가를 기다리던 시기, 제2의 전성기라 해도 부족하지 않을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은 시기. 공유에게 그 모든 시간은 도깨비의 900년 못지않은 도전과 방황의 길이었다.

신이 아닌 인간이기에, 공유가 배우로서 겪어야만 하는 고민이 있다. 본인의 아픔은 본인만이 떠안는 것. 무거운 상을 받은 만큼 단단한 각오로 극복해낼 과제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 과정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지켜봐 줄 관객들과 시청자들이 있다. 전혀 다른 삶을 사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공유를 기대하고 응원할 팬들이 존재한다.

떨리는 수상소감을 끝내고 깊게 고개 숙인 공유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상의 무게를 알고, 치열하게 고민할 줄 아는 배우의 시간은 모든 순간이 아름답다.

/서경스타 양지연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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