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4일 6년 만에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며 한국 주식시장의 새로운 역사를 썼다. ‘바이코리아(Buy Korea)’에 나선 외국인 투자가에게 닷새 앞으로 다가온 대통령선거도, 지정학적 리스크도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국내 기업들의 사상 최고 실적과 글로벌 경기회복이 맞물리며 외국인은 대선 이후 한국 경제를 낙관하고 있다. 코스피의 상승세는 당분간 멈출 이유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펀더멘털이 받쳐주며 외국인이 사들이는 가운데 시장이 싫어하는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있기 때문이다. 19대 대통령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벗어나 증시 사상 최고치라는 발판을 딛고 출발한다.
4일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0.97%(21.57포인트) 오른 2,241.24로 마감하며 6년 만에 전 고점(2,228.96)을 뛰어넘었다. 코스피는 장중 기준으로도 종전 최고 기록(2,231.47)을 갈아치웠다. 지긋지긋했던 박스피(박스권+코스피)도 뚫었다.
한국 증시의 새 역사는 외국인이 다시 썼다. 외국인은 올 들어 6조6,000억원을 순매수하며 4개월 동안 단 한 차례도 매도세를 보이지 않았다. 특히 코스피가 2,100선과 2,200선을 돌파하며 쏟아져 나온 주식형 펀드의 환매물량을 외국인이 그대로 받아내며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이 같은 외국인의 매수세는 최근 세 번의 대선 기간 동안 순매도 폭을 늘리거나 매수 규모를 줄이며 관망세를 보이던 투자 패턴에서 180도 달라진 모습이다. 채권시장에서도 외국인의 매수세는 지속되고 있다. 이미 외국인의 원화 채권 보유액이 100조원을 넘어섰다. 특히 1년 미만 단기채권 매수에 집중하던 외국인은 5월 들어 5년 이상 중장기채권으로도 매수세를 확산하고 있다. 단기채권 자금이 원화가치 변동을 노린 투기성 자금(핫머니)이라면 중장기채로 유입되는 자금은 한국 경제의 회복을 전망한다.
최근 국내 증시로 유입되는 외국인 자금의 성격은 바뀌고 있다. 서울경제신문이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의 순매수가 재개된 지난달 20일부터 지난 2일까지 수급을 분석한 결과 외국인의 프로그램 비차익 순매수가 다시 확대됐다. 프로그램 비차익 거래는 보통 현물시장에서 코스피 종목 15개 이상을 바스켓으로 구성해 매매하는 기법으로 뮤추얼펀드나 국부펀드 등의 장기 성향 자금으로 분류된다. 향후 시장을 낙관하는 장기 투자자가 많을 때 이 금액은 증가한다. 이 기간 외국인의 일평균 비차익 순매수 금액은 845억4,400만원으로 같은 기간 외국인 일평균 순매수(2,338억5,500만원)의 36.15%를 차지했다. 지기호 케이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기업 실적 개선과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 등 주주친화 정책에 이어 오는 9일 대선은 불확실성의 해소라는 모멘텀”이라며 “유입되는 외국인 자금의 성격을 보면 지수가 더 오를 여력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서민우기자 ingagh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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