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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파식적] 대통령 취임식





대통령 취임식은 새 정부의 탄생과 국정 철학을 대내외에 알리는 중요한 국가 이벤트다. 워싱턴DC 국회의사당 앞에서 펼쳐지는 미국 대통령 취임식은 백만여 명이 운집할 뿐 아니라 화려하기까지 하다. 실용주의 국가라는 이미지가 무색할 만큼 절차도 복잡하다. 미 대통령 당선인은 취임식 전날 백악관의 국빈 숙소인 블레어하우스에서 하룻밤을 묶는다. 영빈관 숙박은 제임스 카터 대통령 때 시작된 전통이다. 이단아 도널드 트럼프도 예외가 아니었다. 취임식 당일 오전에는 백악관 인근 세인트존스교회에서 예배를 본 뒤 백악관을 방문해 현직 대통령 부부와 차를 마시는 전통도 있다. 공식 취임식이 끝나도 저녁에는 화려한 무도회가 기다리고 있다.

입헌군주제를 채택한 영국의 총리 취임식은 간소하다. 형식상 국가 원수는 어디까지나 왕이기 때문이다. 총리 관저인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앞에서 취임 연설을 하는 것이 전부다. 이에 앞서 버킹엄궁을 방문해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알현하는 것으로 총리 신임 절차가 마무리된다. 우리나라 대통령 취임식은 당일 하루만 본다면 미국과 흡사하다. 국회 앞에서 취임식을 갖는 것이나 21발의 예포 발사, 카퍼레이드, 식전 축하 공연에 이르기까지 닮았다.



국회 광장에서 열린 것은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13대 노태우 대통령 취임식(1988년) 때부터다. 간선제 마지막 대통령인 전두환 대통령은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통일주체국민회의 대의원의 간접선거로 뽑혔기 때문인지 잠실체육관에서 취임식을 했다. 박정희 대통령은 5~7대 취임식까지 중앙청 광장에서 하다 1972년 유신체제로 8·9대 취임식 장소를 장충체육관으로 바꿨다. 대통령 취임식 장소에는 이처럼 한국 정치사의 영욕이 스며 있다. 박근혜 대통령 파면에 따라 보궐선거로 선출된 19대 대통령 취임식도 오명의 정치사에 한 점을 보탠다. 국가의 중요한 행사임에도 대통령 취임식은 약식으로 치르거나 취임 선서로 갈음하는 모양이다. 오늘 오전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의 당선인 발표와 동시에 대통령 임기가 시작돼서다. 취임 축가조차 부를 계제가 못 되는 것은 이번이 마지막이어야 한다. /권구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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