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수단은 넓고 예능은 많다. 그 속에서 꽃 피우는 존재는 배우들이니.
예능 프로그램 출연 기준의 벽이 이제는 완전히 허물어졌다. 과거 ‘웃기는 방송인’만 활약할 것 같던 예능의 풍경이 달라졌다. 배우들의 숨겨진 이면이 예능감으로 발현되는 풍경이 비단 어제 오늘 일은 아니지만, 이제는 홍보수단 중 ‘예능 출연’을 필수 코스로 이야기 할 정도. ‘영화 흥행’과 ‘예능’의 상관관계는 어떻게 될까.
배정남의 ‘라디오스타’ 효과가 통했던 덕일까. 최근 영화 ‘보안관’(감독 김형주)이 개봉 4일 만에 박스오피스 1위를 치고 올라가면서 흥행 역주행에 보기 좋게 성공했다. 황금연휴 특수 혜택의 몫도 무시할 수 없겠지만, ‘보안관’의 출연 배우 배정남이 개봉 전 실시간 검색어로 떠오르며 덩달아 영화 이름을 각인시킨 효과도 절대적이었다. 적어도 ‘라디오스타’ 방송 이후 ‘보안관’과 ‘배정남’이라는 키워드는 뇌리에서 잊히지 않았다.
지난 4월 26일 MBC ‘라디오스타’에서는 ‘살아있네~ 충무로 미친 존재갑(甲)’ 특집으로 출연한 배정남은 8년의 오랜 공백 이후 출연한 만큼 그간 숨겨진 일화들을 꺼내놓으며 특유의 진~한 부산 사투리와 화려한 입담으로 MC들을 ‘들었다 놨다’ 맹활약 했다. 시청자들 역시 신선한 인물의 등장에 호기심을 쏟아냈고, 곧 배정남은 화제의 중심에 우뚝 섰다. 그리고 ‘라디오스타’에서 영화 이름을 굳이 강조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그의 최근작 ‘보안관’으로 시선이 쏠렸다.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의 파급력이었다.
앞선 개봉작 중 ‘임금님의 사건수첩’(감독 문현성)의 주역 이선균과 안재홍, 김희원도 좀처럼 드문 예능 나들이로 적극적인 홍보활동에 나섰다. 이선균과 김희원은 JTBC ‘한끼줍쇼’에, 안재홍은 tvN ‘수요미식회’에 깜짝 게스트로 출연했다. 지난 4월 26일 ‘한끼줍쇼’에서는 이선균이 “영화 홍보보다는 김희원의 홍보가 시급하다”는 너스레로 시작, 대학로를 거닐며 각자의 추억과 사연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으며 인간적인 진면목을 보여줬다. 안재홍 역시 ‘수요미식회’ 애청자임을 밝히며 ‘감자탕 편’에서 음식 예찬론과 ‘맛’에 대해 남다른 식견을 드러냈다.
이선균, 안재홍, 김희원 역시 ‘배정남 사례’처럼, 배우들의 예능 출연은 지금까지 드러나지 않았던 일면을 꺼내 보임으로써 대중의 호응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이들의 활약 덕인지 ‘임금님의 사건수첩’ 또한 개봉 당시 박스오피스 1위로 치솟으며 초반 흥행 다잡기에 성공했다. 영화의 흥행뿐만 아니라 시청률도 긍정적인 효과를 봤다. 배정남이 활약한 ‘라디오스타’는 당시 시청률이 0.9%포인트 상승해 6.8%를 기록했고(닐슨 코리아 전국 기준, 이하 동일), ‘한끼줍쇼’는 0.539%포인트 올라 4.909%를 보였다. 소폭 상승이지만 방송 이후 화제를 이끌어낸 것은 확실했다.
배우들의 예능 출연이 가져오는 파급효과는 무시하기 힘들다. 적어도 포탈사이트에 관련 검색어가 뜨면서 화제성이 생긴다. 이후에는 대중들의 자발적 검색어(영화 제목) 클릭 단계만 남는다. 다소 복불복이 따를 수도 있겠지만, 이러한 간접적인 단계를 거치는 홍보는 직접적인 주입식 광고보다 시청자가 받아들이는 데 거부감이 덜하다. 그러면서도 긍정적인 흡수가 가능하고, 무엇보다 TV 매체 특성상 파급 효과가 가장 좋다. 물론 지상파이면서 인기 프로그램일수록 그러한 관계는 절대적으로 비례하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영화 홍보담당 측에서는 기왕 출연하는 예능 중 확실히 화제 몰이를 할 수 있는 인기 프로그램에 먼저 손을 뻗는다. 매회 폭발적인 관심이 쏟아지는 ‘무한도전’, ‘라디오스타’가 바로 그렇다. 그렇다고 제작진 측에서는 프로그램을 줄곧 홍보성으로 변질시키고 싶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 개중에 출연 가능한 영화를 선별해야 한다. 이 때문에 영화 한 편이(포괄 개념) 프로그램 출연에 성공하는 비율은 ‘바늘귀 통과’ 못지않다.
일단 영화사 측에서 요청이 들어오거나 홍보사 측에서 먼저 인기 예능을 물색해보는 것이 첫 번째. 다음 과정으로는 무조건 인기 예능이라고 출연을 바로 결정짓기보다 배우 혹은 영화의 특성과 프로그램의 성격이 잘 부합하는지를 따져본 후 제작진과 협의하는 과정을 거친다.
영화 홍보사 A의 관계자는 “아무래도 시청률에 따라 영화 접촉도가 함께 높아지다 보니 많은 분들에게 영화를 쉽게 알리는 방법으로 예능 프로그램 출연을 선택한다. 개봉 1~2개월 전부터 사전에 프로그램 제작진에 출연 요청을 한다. 프로그램 콘셉트와 영화 콘셉트가 잘 맞아서 이후 협의가 이뤄지면 날짜 등을 상의해서 출연하게 된다”고 전했다.
영화 홍보사 B의 관계자는 “투자 배급사 측에서 가장 핫한 예능프로그램에 배우들이 출연하면 좋겠다는 제안이 있었다. 그래서 배우와 잘 어울릴만한 예능 프로그램을 찾은 뒤 출연을 결정하게 됐다. 원래 출연 배우가 PD와 인연이 있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영화 홍보사 C의 관계자는 “최근에는 토크쇼가 적은 상황이라 배우의 성향과 가장 잘 맞는 프로그램을 선택해서 출연을 결정한다. 영화의 장르에 따라서도 프로그램이 결정 된다”며 “‘최화정의 파워타임’이나 ‘컬투쇼’ 같이 라디오를 통해 홍보하기도 한다. 라디오는 운전하시는 분들이나 기성세대처럼 타깃 층이 또 따로 있는 것 같다. 라디오는 피드백을 바로 확인할 수 있으며, TV는 재방송으로 반복되는 장점이 있다”고 각 채널의 특성을 언급했다.
예능 출연이 결정되면, 이후 배우의 활약 정도에 따라 시청률 상승과 영화의 흥행이 동반될 가능성이 커진다. 바늘귀 예능을 통과한 영화 ‘보안관’, ‘임금님의 사건수첩’의 추후 흥행 성적표가 궁금해진다.
/서경스타 한해선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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