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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노벨경제학자의 희망실험

이동근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한 제약회사의 신약 개발 결과 발표 이야기다. ①세계 최초의 신약 개발로 환자의 3분의1을 살릴 수 있습니다. ②세계 최초의 신약 개발이지만 환자의 3분의2는 죽을 수도 있습니다. 생존율 33%라는 같은 발표지만 사람들의 반응은 달랐다. ②보다 ①을 사겠다는 이가 많았다. 같은 약인데 말이다. ‘틀 짜기 효과(framing effect)’라 불리는 지난 2002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대니얼 카너먼의 실제 실험이다. 같은 사안이라도 희망 뉴스의 틀에 끼울지 절망 뉴스의 틀에 끼울지에 따라 경제 반응도 달라진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경제는 심리다. 현재의 경기에 대해 ‘좋아’ ‘잘될 거야’라는 기대감이 커질수록 실제 경기도 개선됐다는 말이다. ‘집권 2년 차 반등법칙’이라는 단어가 이를 대변한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경제주체의 희망과 기대가 민간소비, 설비투자 그리고 주식시장의 호황으로 이어져 이듬해 좋은 성적표를 보여준다는 것이다. 김영삼 정부의 집권 2년 차 경제성장률은 2.4%포인트 오른 9.2%였고 김대중 정부의 2년 차(외환위기 시절) 성적은 11.3%였다. 노무현 정부, 박근혜 정부 때도 첫해 성적은 2.8%였지만 이듬해 4.9%, 3.3%로 각각 올랐다.

미국 경제도 신정부 효과에 주목하고 있다. 트럼프노믹스(Trump+Economics)에 대해 석학들은 장기적으로 물음표지만 100일간의 성적표는 기대 이상이었다. 리쇼어링 정책(해외로 옮긴 공장을 미국으로 돌아오게 하는 U턴 정책), 파격적 규제완화책 등으로 4월에만 21만개의 일자리가 새로 생겨났다. 실업률은 1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인 4.4%를 기록했다.

10일 우리는 문재인 대통령을 맞았다. 어느 때보다 희망과 기대가 한껏 부풀어 있다. 신문만 들춰봐도 알 수 있다. 보름 전만 해도 ‘한국 사회는 노오오오오력 해도 흙수저’ ‘제대로 살고 싶어서 탈조선 성공기’ 등의 절망 뉴스가 일간지를 채웠지만 지난주는 ‘J노믹스 본격 시동으로 성장 활력’ ‘문재인 랠리로 상승장’ 같은 희망 뉴스로 싹 바뀌었다. 각계의 반응도 ‘같이 해보자’ 하는 기세다. 우리 경제계는 역동적인 경제의 장을 열어줄 것을 희망하며 새로운 경제정책 수립과 추진에 조력하겠다고 다짐했다. 노동계도 비판과 투쟁에서 벗어나 소통하고 교섭하며 정책설계도를 그려가자고 한다. 청년들은 더 나은, 더 많은 일자리를 기대하고 장년층은 새로운 복지 밑그림에 희망을 거는 듯하다.



마침 경제에 봄바람도 살짝 불고 있다. 세계 교역률이 지난해에 비해 2배(3.8%) 늘어난다 하니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로서 희망소식이 아닐 수 없다. 수출이 증가하니 대기업 상장사(12월 결산법인)들의 1·4분기 실적은 역대 최고 수준이라고 한다. 창업 열기로 1·4분기 신설 법인은 2만5,000개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따스한 순풍에 희망의 돛을 달고 선진 경제의 문을 다 같이 열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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