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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상논단]문재인 정부 동북아 4강 정책에 대한 기대

김흥규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장·정치외교학과 교수

韓, 북핵·트럼프發 혼돈 직면

'안보 핵심' 한미 동맹 강화하고

中과 연대·日과 협력 체제 구축

러시아 공조 확대·北 화해 통해

약소국 꼬리표 떼고 평화 찾기를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지 나흘이 지났다. 이미 문 대통령은 축전과 전화로 한반도 주변 4강의 지도자들과 서로의 관심사를 주고받았다. 벌써 성적표가 나오고 있다. 미국과는 표면적으로는 한미 동맹 중시에 상호 공감하면서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방위비 분담 등에 대한 이견으로 갈등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중국과는 전례 없는 축하 전화까지 나누면서 사드 문제 해소와 한중 관계 개선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일본과는 지난 정부의 위안부 합의를 둘러싸고 이미 날 선 공방을 주고받았다. 러시아와는 상호 협력의 기대감을 표시하고 있으나 여전히 미지근하다.

한국은 세계 10위권대의 경제 강국이다. 국력지수로도 아마 ‘강(强) 중견국가’의 반열에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동북아에서 한국의 위상은 여전히 약소국이다. 주변 4강이 세계적 열강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핵무장과 대륙간탄도미사일 역량으로 강국의 반열에 오르려 하고 있다. 미국 중심의 자유주의적 국제 질서가 크게 약화하면서 이들은 각자도생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그 결과 우리는 혼돈과 불확실성이 강화되는 시기에 직면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아직 외교·안보·대북관계를 담당할 인사들을 발표하지 않고 있다. 이는 내부의 혼란 때문이 아니라 이 영역의 복합성과 위중함을 인식하면서 장고를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하고 싶다. 문재인 정부는 한국이 국제 질서에서 처해 있는 위상과 역량을 정확히 인식하고 합당한 전략과 정책을 추진하기를 기대한다. 기존에는 마치 초강대국인 양 공약을 내세우고 행동하다가 결국은 초라한 약소국가의 전형적인 정책으로 귀결됐다. 물론 국민들이 그 비용을 다 안고 가야 했다.



새로운 도전의 시기에 결미(結美), 연중(聯中), 협일(協日), 교아(交俄), 화북(和北)의 전략을 제안한다. 한미 동맹은 그 자체가 목적은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야기한 불확실성과 갈등의 여지가 크지만 한미 동맹에 대한 우리의 전략적 가치와 이를 증진하기 위한 노력을 당당히 설파해야 한다. 어려운 시기 미국은 여전히 우리 안보전략의 중심축이다. 선입견을 넘어서 상상 이상으로 변화하고 있는 중국에 대한 이해 역시 절실하다. 불필요한 갈등을 줄이고 대북 정책에 대해 연대하고 공모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미래 생존 공간 창출을 위해 전략적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일본과는 숙의하면서 불가피한 지엽적 갈등을 줄이고 국가 간 협력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한국과 일본은 세계 질서 변동이라는 새 도전에 협력해 맞서야 하고 유사한 운명을 맞을 개연성도 크다. 러시아와는 그간 협력의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고 있었다. 러시아와는 향후 북핵, 경제 개발, 지역 분업과 안정 등의 문제에서 공조해야 할 사안이 많다. 상호 더 익숙하고 친숙해지도록 노력해야 한다. 북한의 군사적 도발에 대해서는 철저히 준비·대응하면서도 한국의 번영,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를 위해 결국은 화해를 도모하면서 북한을 안고 갈 수 있는 복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 모든 것은 문재인 정부에서 우리가 추진해야 할 현실적 목표를 의미한다. 중견국가는 외교적 충돌과 군사적 대결보다 대외관계의 안정과 평화를 추구하고 안보 확보를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그리고 이는 국제규범과 다자협력으로 보완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주변은 현재 그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추세가 강해 문재인 정부의 대외 정책에 큰 어려움을 안겨줄 것으로 예상된다. 시시비비를 가리면서 자존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동시에 조급성은 억제하고 당장 해결할 수 없는 사안은 뒤로 미루고 공존과 협력, 공동이익, 상호 존중의 공간을 넓혀가는 지혜도 필요하다. 국민들의 수준도 이제는 많이 성숙해 이러한 대외정책 추진에 큰 힘이 될 것이다. 이를 믿고 나가야 한다. 때로는 돌아가는 길이 곧바로 가는 길보다 더 빠를 수도 있는 것이 세상의 묘한 이치다. 김흥규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장·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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