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동독의 중심 공업도시였던 라이프치히는 1990년 독일 통일 이후 젊은이들이 빠져나가면서 급속한 도시 쇠퇴를 겪었다. 통일 전 10만명을 넘었던 라이프치히의 제조업 노동자는 불과 7년 만인 1996년 1만명으로 줄었다. 이로 인해 라이프치히 전체 인구도 1989년 53만명에서 1998년 43만명으로 감소했다. 인구 감소는 도심 쇠퇴와 건물 공동화를 불러왔다. 2000년 라이프치히 전체 주택의 20%인 6만2,500가구가 빈집일 정도였다. 도심에 방치된 빈 건물들은 각종 범죄를 유발하는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중소 도시를 중심으로 인구가 줄면서 도시 기반시설이 남아도는 이른바 ‘도시 축소’가 세계 곳곳에서 목격되고 있다. 일본의 경우 2차 세계대전 이후 경제가 고속성장하면서 도쿄를 비롯한 대도시의 과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방 신도시 개발에 나섰지만 2005년 이후 인구가 감소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저출산·고령화로 인구가 줄어드는 가운데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찾아 대도시로 빠져나가면서 지방 중소도시는 학교 통폐합 등으로 생활 여건이 나빠지자 인구 유출이 가속화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국은 지방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도시 재생에 나서고 있다. 남아도는 기반시설을 과감히 줄이는 ‘도시 다이어트’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 도야마시는 인구가 감소하자 외곽에 분산돼 있던 공공시설을 도심으로 모으는 ‘콤팩트시티 전략’에 착수했다. 도야마시는 도심지구에 주택을 짓고 대중교통도 대폭 정비했다. 독일 라이프치히에서도 빈집을 헐어버리고 공원으로 만드는 작업을 활발하게 하고 있다.
도시 축소는 저성장 시대를 맞아 우리나라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국토연구원이 1995~2015년 42개 중소도시의 인구 변화를 분석한 결과 안동·문경·태백·공주·익산·나주·밀양 등 20곳에서 도시 축소가 나타나고 있다. 그런데 우리 지방자치단체들은 저출산 추세에서도 인구 성장을 전제로 잘못된 도시계획을 고집하고 있어 걱정스럽게 하고 있다. 이제 우리 지자체들도 줄어드는 인구에 맞춰 주택과 기반시설을 줄이고 공공 서비스를 재배치하는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오철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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