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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시대, 문제는 정치다<4>] 4차혁명 시대 '노동 유연성' 시급한데...개혁법안 줄줄이 좌초

■미래커녕 현재 대응도 부실

말로는 "미래 준비" 목소리 불구

강성 노조 반발·노동계 표심 의식

인사·취업규칙 지침 등 폐기 수순

인공지능·드론 시대 대비하려면

정부-국회 긴밀한 협력 서둘러야





지난달 일산 킨텍스(KINTEX)에서 열린 국제물류산업전. CJ대한통운은 물류센터 무인화를 구현하는 자율주행 운송로봇을 전시하고 드론 기술 기반의 무인배송 시스템을 소개해 관람객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들 기술을 활용하면 운송작업 시간을 30%가량 줄이고 도서와 산간벽지 등에도 택배를 손쉽게 배송할 수 있다고 CJ대한통운은 설명했다.

자율주행 운송로봇과 무인배송 시스템을 상용화하면 고용시장에는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답은 지난해 10월 한국을 찾은 클라우스 슈바프 세계경제포럼(WEF) 회장이 ‘4차 산업혁명의 도전과 응전’을 주제로 열린 ‘2016국제법률심포지엄’에서 내놓았다. 그는 “4차 산업혁명을 통해 많은 일자리가 없어지고 드론을 띄우거나 로봇을 청소하는 등의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나게 될 것”이라며 “이러한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반드시 갖출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정부와 국회가 긴밀하고 민첩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 정치권은 슈바프 회장이 지난해 초 WEF에서 4차 산업혁명이라는 화두를 던진 후 의제를 선점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했다. 수많은 정치인들이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정작 노동시장의 유연성 제고라는 담론에는 많은 이들이 침묵했다. 여기에는 대기업 강성 노조의 강력한 반대는 물론 자칫 노동계의 표심을 잃지 않을까 하는 정치권의 우려가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가 필요하다는 정부 입장에 대해 생각을 달리하는 정치인이 적지 않다”면서도 “사적인 자리에서 일자리 창출을 위해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가 필요하다고 말하던 정치인도 자신의 의견을 공식적으로 밖으로 표출하는 것은 꺼린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이 오랜 기간 이어지다 보니 한국의 노동시장 유연성은 여전히 세계 하위권 수준이다. 스위스 최대 은행인 유니언뱅크(UBS)가 지난해 WEF에 발표한 국가별 노동시장 유연성 순위에서 우리나라는 139개 조사대상 국가 가운데 83위를 차지했다. 한국의 기술 순위(23위)와 견줘보면 형편없이 낮은 수준인 셈이다.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완화하기 위한 공정인사 지침과 취업규칙 해석 및 운영 지침 등 정부의 양대 지침은 노동계 반발에 정치권이 힘을 실어주면서 사실상 폐기 수순을 밟고 있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 등 정부 최고위 관계자 등이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이고 선제적인 대응이 중요하다며 탄력적인 인력 운용을 통해 노동시장의 유연·안전성을 높이자고 강조하고 있지만 한국의 노동시장 유연성은 크게 제고될 기미가 안 보인다.

정치권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비단 미래의 문제뿐만은 아니다. 현재 고용시장의 긴박한 사안에 대해서도 지난 수년간 사실상 대응에 실패했다. 일례로 국회는 헌법재판소가 지난해 9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산재보험법조차도 8개월이나 지난 최근까지 개정하지 않고 있다. 산재보험법 개정안은 자가용·대중교통·택시·자전거를 이용하거나 도보로 출퇴근하는 도중에 사고가 나도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재는 통근 버스를 타고 이동하다가 발생한 사고만 업무상 재해로 인정된다. 고용부는 개정안이 통과되면 한해 7만~9만명이 혜택을 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시행령 개정과 전산 준비 시간 등을 감안할 때 내년부터 출퇴근 산재를 적용하려면 이른 시일 안에 법이 개정돼야 한다는 게 근로복지공단의 설명이다.

이밖에 고용보험법 개정안은 실업급여 지급 기간을 기존 90~240일에서 120~270일로 확대하고 지급액도 평균임금의 60%로 늘리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들 법안은 기간제법·파견제법 개정안 등과 함께 노동개혁 5법 패키지로 한데 묶여 발목이 잡혔다. 이후 기간제법·파견법 개정안은 차례로 배제됐다. 당시 야권과 노동계는 기간제 계약기간을 총 4년까지 연장하는 기간제법 개정안과 파견 허용 범위를 확대하는 파견법 개정안이 비정규직을 양산할 수 있다는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반대 쪽에서는 이들 법안이 노동시장 유연성을 높이기 위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기권 장관은 마지막에는 근로기준법 개정안만이라도 통과시키려 동분서주했지만 노력은 수포로 돌아갔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노동개혁 5법은 근로자에게 유리한 3개 법안과 사용자에게 유리한 2개 법안으로 구분된다”며 “심지어 당시 한 여권 인사는 ‘근로자법 3개만 통과시켜줬다가는 나중에 우리가 쓸 카드가 없어지기 때문에 합의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고 전했다. /세종=임지훈기자 jh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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