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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의 창] AI 붐이 닷컴 버블과 다른 이유

■이재욱 AB자산운용 선임포트폴리오 매니저

이재욱 AB자산운용 선임포트폴리오 매니저




인공지능(AI) 붐은 현재 진행형이다. 새로운 형태의 머신러닝은 생산성을 크게 향상시킬 것으로 기대되며 수많은 AI 응용 분야가 발굴되고 있다. 올 연말까지 미국 정부와 기업들은 AI 인프라에 약 100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에서는 AI 투자 열기가 결국 닷컴 버블처럼 끝나지 않을까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그러나 AI 붐은 실질적 효율성 향상을 주목하며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닷컴 버블과 비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먼저 과거 닷컴이 떠올랐던 전성기를 살펴보자. 1990년대 말, 인터넷 시대가 출현하면서 통신사 및 케이블 업체들은 웹 인프라에 수십억 달러 수준의 투자를 감행했다. 스타트업에 유리했던 자금 조달 환경과 과열된 투자 열기로 인해 당시 기술주 주가는 최고치를 경신했다. 그러나 기업에 지속적인 수익을 창출할 만한 비즈니스 모델이 없었다는 게 문제였다. 기업의 펀더멘털이 기술주의 밸류에이션을 받쳐주지 못하면서 결국 2000년대 초 쏟아져 나왔던 닷컴 스타트업들은 자본 고갈과 함께 주식시장에서 폭락하고 말았다.

닷컴 시대와 달리 AI 분야 기업은 이미 수익원을 보유하고 있다. 즉 투기가 아닌 수익으로 AI 클라우드 인프라에 자금을 조달한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은 2019년부터 클라우드 애플리케이션, 소프트웨어 및 소셜미디어 광고 등을 통해 꾸준히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자본 지출 대비 총수입이 증가함에 따라 대형기술주 기업의 자본집약도는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오늘날 AI 기업들은 비즈니스의 효율성 향상이라는 필요에 의해 클라우드 인프라에 투자한다. 차세대 혁신적인 제품을 기대했던 닷컴 붐의 실패한 전술과 대조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두 번째로 AI의 발전 수준은 아직 시작 단계에 불과하다. 현재 AI 붐은 클라우드 기반의 ‘가속 컴퓨팅’을 구축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이는 인공지능과 비인공지능 작업까지 모두 지원하는 효율적인 컴퓨팅 인프라로, 이에 따른 효율성 향상과 투자 수익률로 인해 예상보다 빠르게 AI 채택률이 높아지고 있다.

가속 컴퓨팅의 도입은 불가능했던 업무를 가능케 하는 새 패러다임을 제시할 것이다. 가령 챗GPT의 경우, 고성능 서버 CPU를 사용한 범용 컴퓨팅에서 1750억 개의 매개변수를 가진 대규모언어모델을 학습하는 데 5년 이상이 소요됐다면 가속 컴퓨팅에서 GPU사용 시 이 기간을 2~4개월로 줄일 수 있다.

하지만 현재 가속 컴퓨팅의 보급률은 전 세계에 설치된 컴퓨터 중 25% 미만으로 추정될 정도로 초기 단계에 있다. 앞으로 AI에 더 많은 발전 가능성과 기회가 존재할 것으로 보는 이유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AI 기술주의 밸류에이션은 닷컴 시대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다. 한때 높아졌던 기술주의 과열 우려는 2022년 하락장을 겪으면서 상당 부문 해소된 것으로 보인다. 기술주가 그 충격에서 일정 부분 회복됐지만 일부 투자자들이 우려하는 것만큼 고평가된 수준은 아니다. 앞으로 AI로 인한 생산성의 비약적인 도약을 고려해 현재의 밸류에이션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

기술주는 사이클 특성상 불가피한 기복이 있기 마련이다. 인내심을 가지고 이를 지켜본 투자자라면 실제 수익에 기반한 지속 가능한 AI 비즈니스 모델을 갖춘 기업을 발견할 수 있다. 기업들 또한 기술만의 거품이 아닌 차별화된 경쟁력을 구축할 때 비로소 장기적인 수익을 투자자에게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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