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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출범하는 국정기획자문위, 버릴 공약부터 가려라

새 정부의 인수위 기능을 담당할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설치 안건이 16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문재인 정부는 대통령직인수위 없이 출범하는 만큼 이번 자문위의 역할은 어느 때보다 막중하다. 특히 지금은 정권이 막 출발한 상황이어서 시간이 넉넉한 편이 아니다. 벌써 국정교과서 폐지 등 일부 공약 사항은 활시위를 떠난 상태고 야권에서는 ‘일방적 지시와 독주의 연속’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판이다.

자문위에서 문재인 정부가 나아갈 국정운영 방향을 세우고 정책 어젠다를 조속히 확정해야 하는 이유다. 정권 초기에 빚어질 수 있는 정책 혼선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도 그렇다. 정부가 자문위를 뒷받침하기 위해 중점 추진할 정책과제 검토에 착수한 것은 잘한 일이다. 자문위가 할 일은 명확하다.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을 중심으로 지금 당장 할 일과 뒤로 미룰 일을 나누고 이를 바탕으로 새 정부의 국정 방향과 목표·비전을 수립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무리한 공약까지 국정 청사진에 담을 이유는 없다. 자문위 차원에서 공약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우리가 그동안 수차례 지적했듯이 대선 기간 중 문 대통령이 제시한 공약 가운데 이상론에 치우친 것이 적지 않다. 무엇보다 재정지출을 줄여 공약 이행에 필요한 재원의 상당 부분을 마련할 수 있다는 주장은 현실성이 떨어진다. 이달 초 서울경제신문 보도에 따르면 박근혜 정부는 재정절감으로 연평균 16조3,000억원을 마련할 수 있다고 장담하면서 마른 수건 짜듯 재정지출을 줄였지만 실제로는 9조원에 그쳤다. 이전 정권마다 재정개혁을 명분으로 불필요한 사업을 이미 대폭 줄인 상태여서 절감 여지가 작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인데도 문재인 당시 후보는 재정절감으로 연평균 18조4,000억원을 확보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잖아도 빠듯한 나라 살림을 감안하면 이는 무리다. 강행하면 부작용만 커질 수 있다. 자문위는 이런 현실을 직시하고 버릴 공약은 과감히 폐기하는 게 바람직하다. 그 이유를 솔직하게 설명하면 국민들도 이해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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