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17일 국가보훈처장에 여성 헬기 조종사 출신인 피우진 퇴역 중령(61·젊은여군포럼 대표)을 임명했다. 여성 국가보훈처장은 이번이 처음이다.
피 신임 보훈처장은 2015년 결성된 ‘젊은여군포럼’ 대표를 맡으며 그동안 군내 성폭력과 인권 등에 문제를 제기해왔으며 지난 4월 25일 퇴역 여군 9명과 함께 문재인 당시 대선후보를 지지를 선언하면서 민주당 국방안보위원회에 참여했다.
피 보훈처장은 청주대를 졸업하고 1979년 임관해 육군 여성 헬리콥터 조종사로 활동하다 2009년 9월 전역했다. 현역 시절 그는 2002년 유방암에 걸려 양쪽 가슴을 절제하는 수술을 받았고, 2006년에 2급 장애판정을 받아 같은 해 11월에 전역했으나 “치료 가능 여부와 상관없이 암 병력이면 무조건 퇴역시키는 행위는 불합리하다”며 취소소송을 통해 2008년에 복직했다. 강인한 투병 생활로 그는 환경재단이 선정한 ‘2006년 세상을 밝게 만든 100인’에 뽑히기도 했다.
복직 후 논산 육군항공학교에서 교리발전처장으로 근무하고 1년 후 군을 떠났다. 전역 후 그는 18대 총선에서 진보신당의 비례대표로 입후보하기도 했다.
피 보훈처장은 여군의 삶을 담은 ‘여군은 초콜릿을 좋아하지 않는다(2006)’라는 책을 발간하며 남성 중심의 조직인 ‘군’에서 여군이 처한 상황과 부당한 대우를 고발하고 맞서 싸워 온 과정을 기술해 유명세를 탔다. 군을 떠날 때에는 “군이 제게 전부였고 군을 사랑합니다. 저는 영원한 군인입니다”라는 말을 남겼다.
지난 4월 문 후보 지지 선언 당시 피 예비역 중령은 “군의 5.6% 소수자인 여군의 미래까지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국민과 장병들의 삶을 책임지는 진짜 안보를 펼칠 것이라고 믿는다”며 지지 배경을 밝혔다. 선거 유세 도중 피 예비역 중령은 “군과 민간, 여성계 전문가들과 함께 문 후보의 여군정책 수립에 참여했다”며 “예비역 여군들이 대통령 후보의 공약에 참여한 것은 67년 여군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피 보훈처장은 “따뜻한 보훈을 펼치겠다”고 선임 소감을 밝혔다.
/권홍우기자 hong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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