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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적'의 시간들②] 윤균상vs김지석의 팽팽한 주도권 싸움…승리는 누구의 것?

결코 짧지 않은 호흡이었다. MBC 월화드라마 ‘역적:백성을 훔친 도적’(이하 ‘역적’)은 총 30회로 기획된 작품. 지난 1월부터 5월까지 방송되는 동안, 타 방송사에서는 두 편 이상의 드라마가 시작되고 끝날 정도였다. 그럼에도 ‘역적’은 끝까지 팽팽했다. 윤균상과 김지석, 두 주연배우는 마지막까지 긴장감 있는 전개를 이어갔다.

‘역적’은 연산이라는 폭력의 시대를 살아낸 홍길동의 투쟁 역사를 그려낸 드라마. 배우 윤균상이 씨종의 아들이자 조선 건국 후 백년 만에 나타난 역사 길동 역을, 김지석이 조선 10대 임금이자 희대의 살인마 연산 역을 맡았다. 두 사람은 1회부터 30회까지 양 극단에 서서 극을 끌고 갔다. 역할에 대한 해석부터 몰입, 표현까지 어느 한 쪽도 쉽게 주도권을 내어주지 않는 싸움이었다.

/사진=MBC ‘역적:백성을 훔친 도적’




#1 성장하는 분노 vs 사연 있는 분노

윤균상은 30부작 드라마의 타이틀 롤이라는 부담감을 지고 시작했다. 게다가 초반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김상중(아모개)과 자신의 아역 이로운이 만든 캐릭터를 이어받고 통합해야 했다. 극 중 길동은 연산에게 분노를 느끼며 점차 변해가는 인물. 길동의 성장을 따라 윤균상도 함께 성장해나갔다. 부상을 달고 살게 만들었던 액션 연기와 눈물샘을 자극했던 감정 연기는 드라마 후반부에 치달을수록 더욱 성숙해졌다.

연산은 앞서 다른 작품을 통해 여러 번 다뤄졌던 인물이다. 김지석은 연산이 가지고 있는 분노에 나름의 해석을 추가했다. 자신만의 색을 입히려 한 것. 우선 작품 전 선릉과 폐비 윤씨 무덤, 연산의 묘에 방문해 역할을 이해하려 했다. 폐비 윤씨의 한에 평범한 인간이라는 열등감을 더해 새로운 연산을 만들어냈다. 또한 자기 방어 기제로서 ‘능상 척결’을 내세웠다. 분노와 두려움을 오가며 나타난 광기는 역할의 설득력을 높였다.

/사진=MBC ‘역적:백성을 훔친 도적’


#2 응원 속 애절함 vs 미움 속 동정심

길동은 카리스마 있는 리더인 동시에 애틋한 로맨스를 그려낸 한 남자이기도 했다. 혼인 후 고작 3일 만에 대의를 위해 길을 떠났고, 백성을 구하기 위해 인질로 잡힌 가령(채수빈 분)에게 화살을 쏴야만 했다. 윤균상은 결연한 눈빛으로 역사의 책임감을 표현했고 시청자로부터 응원을 받았다. 동시에 인간적인 면모도 놓치지 않았다. 복잡한 심경 속 촉촉이 젖은 눈동자로 애절함을 자아냈다.



한 쪽에서 애절함을 내세우면, 다른 쪽에서는 동정심을 유발했다. 연산이 가장 아끼던 신하 길현은 길동의 형이었다. 뿐만 아니라, 그가 가장 가까이 두던 녹수는 길동에게 마음을 줬던 여인이다. 김지석은 이와 같은 연산의 열등감을 폭정이라는 삐뚠 방식으로 표현해냈다. 잔악무도함을 드러내기 위해 얼굴을 일그러뜨리고 섬뜩한 목소리를 냈다. 그러다가도 일순 한없이 흔들리는 눈빛으로 동정심을 일게 했다.

/사진=MBC ‘역적:백성을 훔친 도적’


극 중 길동과 연산에게 극복하지 못할 신분 차이가 있다. 그런 이유로, 윤균상과 김지석은 각각 양쪽 진영을 대표하는 것에 비해 직접 맞붙는 장면이 적었다. 그래서일까. 두 사람이 마주하는 장면마다 명장면의 향연이었다. 길동이 연산에게 희망을 갖고 자복하던 때, 수귀단의 우두머리가 연산이라는 것을 알고 좌절할 때, 연산이 폭정을 멈추면 본인도 멈추겠노라고 경고할 때 모두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연산이 최후를 맞이하는 장면 역시 범상치 않은 불꽃이 튀었다. 연산은 끝까지 “내 정치는 성공할 수 있었다”고 되뇌었고 길동은 “폭력은 겁쟁이가 쓰는 것”이라며 “당신이 한 것은 정치가 아니라 겁쟁이 몸부림”이라고 일침을 날렸다. 두 사람은 30회 동안 쌓아온 인물의 사연과 성격을 바탕으로 맞붙었다. 그 순간, 배우 윤균상과 김지석은 없었다. 오로지 길동과 연산만 남아 각자의 신념을 전했다.

연산이 죽음으로써 승리자는 길동이 됐다. 그러나 배우로서는 승자도 패자도 남지 않았다. 윤균상은 백성을 생각하며 성숙해진 길동의 의지를 단단하게 그려냈다. 김지석은 눈을 감는 마지막까지 피를 토하며 몸부림치는 연산을 절절하게 표현했다. 배우와 역할 모두 한 쪽으로 기울지 않았다. 덕분에 ‘역적’은 최종회에서 흡입력을 더하며 자체최고 시청률을 기록할 수 있었다.

/서경스타 양지연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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