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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통해 세상읽기] 和而不同(화이부동)

신정근 성균관대 유학대학장

새 정부, 적폐 청산·국민 통합하려면

이해 따라 이합집산 '동이불화' 아닌

다른 생각 인정·합리적 길 모색하는

대화 기반 '화이부동' 원칙 따르길





지난 2016년 12월9일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2017년 5월9일 대통령선거에서 제19대 대통령으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선출됐고 5월10일 새정부가 출범했다. 이로써 5개월에 걸친 대통령 부재 상태가 해결되면서 사회의 각종 현안에 대한 논의가 급물살을 타게 됐다. 문재인 정부는 선거 중 적폐 청산과 국민 통합의 목소리를 높였다. 적폐 청산은 비선 실세의 권력농단과 검찰개혁 등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려놓는 출발점이고 국민 통합은 진영 논리에 갇히지 않고 미래로 나아가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라 할 수 있다.



새 정부의 출범으로 적폐 청산과 국민 통합은 이제 더 이상 선거 전략에 머무르지 않고 추진해야 할 국정과제가 됐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적폐 청산과 국민 통합이 과연 어떻게 추진돼야 하는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리기 위해 적폐 해결이 필요하지만 청산만 외치면 통합과 충돌하게 되고 진영 논리에 갇히지 않기 위해 화합의 기치를 내걸어야 하지만 통합만 강조하면 청산과 충돌하게 된다. 적폐 청산을 강조하면 편 가르기로 국정을 운영한다는 오해가 생겨나고 국민 통합을 역설하면 부패와 불의를 방치한다는 오해가 생겨날 수 있다. 같은 주장이라도 선거 중일 때와 선거 이후에는 의미와 맥락이 다를 수밖에 없다. 선거 중에는 필요와 대상에 따라 적폐 청산을 외치기도 하고 국민 통합을 강조할 수도 있지만 선거 후에는 두 가지 과제를 심각한 갈등과 충돌 없이 슬기롭게 추진하는 원칙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해 공자가 말한 화합과 부화뇌동의 차이를 살펴볼 만하다. “군자는 화합하지만 부화뇌동하지 않고 소인은 부화뇌동하지만 화합하지 않는다(군자화이부동·君子和而不同, 소인동이불화·小人同而不和).” 공자의 말은 간단하지만 곱씹어보면 볼수록 중요한 원칙을 이야기하고 있다. ‘화(和)’는 사람의 생각이 다르다는 점을 인정하고 서로 받아들일 수 있는 합리적인 길을 중시하는 것이다. 음식에 비유한다면 비빔밥에 어울린다. 비빔밥은 각종 채소와 나물 그리고 고기와 양념을 넣고 만들지만 하나의 맛이 너무 세 다른 재료의 맛과 향을 해치지 않는다. 비빔밥을 한술 떠 입에 넣고 천천히 씹으면 음식 재료의 다양한 맛을 즐길 수가 있다. ‘동(同)’은 옳고 그름을 따지지 않고 이해관계에 따라 모였다 흩어지기를 되풀이하는 양태를 가리킨다. 이해관계가 일치할 때는 쇠처럼 단단하게 뭉쳤다가도 이해관계가 틀어지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흩어진다. 음식에 비유한다면 비린내를 잡지 못하고 짠맛이 강한 장 요리에 견줄 수 있다. 마니아라면 짠맛이 강한 장 요리를 즐겨 먹을 수 있지만 다른 사람은 한술 떴다가 다시 먹으려고 하지 않는다. 이렇게 보면 ‘화이부동’은 서로 생각이 다르므로 윽박지르듯 같아지기를 요구하지 않고 설득과 대화로 천천히 공통분모를 찾아가지만 ‘동이불화’는 같아야 한다는 목표를 정해놓고 조그만 차이도 불편해하며 편을 가른다.



적폐 청산과 국민 통합은 동이불화가 아니라 화이부동에 따라 추진돼야 한다. 만약 두 과제가 동이불화에 따라 진행된다면 집권을 무기로 삼아 진영 논리를 강요하는 꼴이 된다. 그 결과 과도한 선악 이분법의 논리에 사로잡혀 상대를 대화가 아니라 부정의 대상으로만 간주하게 된다. 이때 적폐는 탄압과 희생의 논리를 펼치며 부활을 시도하게 되고 통합은 불가능해진다. 반면 두 과제가 화이부동에 따라 진행된다면 적폐는 논의의 장에 초대돼 자신의 목소리를 내면 낼수록 역설적으로 더 많은 사람의 동의와 관심을 받지 못해 점점 고립돼간다. 적폐가 고립되면 될수록 청산이 저절로 이뤄지게 되고 사람들은 더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가치로 통합돼간다. 적폐는 원래 상식과 합리성이 아니라 몰상식과 비합리성의 진영 논리에 따라 쌓인 부화뇌동의 성채다. 음지에서는 적폐가 위세를 떨칠 수 있지만 공론의 장에서는 스스로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다. 따라서 동이불화는 적폐가 맹위를 발휘하는 토양을 제공하지만 화이부동은 적폐가 고립되고 상식과 원칙이 바로 서는 통합의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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