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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조한선은 왜 대중에게 잊혀진 배우가 됐을까

‘마차타고 고래고래’ 조한선, 스타에서 배우로 내걷는 인생 2막

2000년대 초반 ‘늑대의 유혹’ 청춘스타로 최고의 인기를 얻은 조한선은 점점 대중에게 잊혀져갔다. 음주운전으로 논란의 중심에 선 적도 있다. 이후 그의 모습을 브라운관이나 스크린에서 쉽게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최근에도 영화 ‘멜리스’(2016), ‘함정’(2015), SBS 드라마 ‘그래 그런거야’(2016)에 출연했지만 화제의 중심에 서진 못했다.

최근 영화 ‘마차타고 고래고래’ 인터뷰 현장에서 만난 조한선은 “배우로서 잊혀진다는 느낌이 뭔지 안다. 기회가 있으면 달려들고 싶고 조급한 마음이 들더라”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마차타고 고래고래’ 주연 배우 조한선은 “대중에게 잊혀지는 느낌이 뭔지 안다”고 말했다. /사진=: ㈜광대무변, 아시아브릿지컨텐츠(주)




그에게 더욱 씁쓸함을 안기는 때는 이미 방송에 출연하고 있는데도 ‘언제 방송에 나와요?’라고 물어보는 주변인들을 만날 때이다. “많은 사람들이 제가 방송을 하고 있는 줄 모르더라구요. 당시에 만나는 분들마다 언제 나와요? 라고 물어봤어요. 제가 ‘하고 있는데’ 라고 말하기도 그래서 그냥 넘어갔어요. 모든 것들은 다 저의 탓이겠죠.”

세상을 달관한 듯 보이는 그의 한마디 한마디에선 지난 시간동안 성숙하고 성장했음을 알게 했다. 그래서 더더욱 조한선이 10년차 무명배우 ‘호빈’ 역으로 돌아온 영화 ‘마차타고 고래고래’에 관심이 갔다.

지난 18일 개봉한 안재석 감독의 ‘마차 타고 고래고래’는 고등학교 시절 밴드부 멤버였던 네 친구가 어른이 되어 ‘1번 국도’라는 밴드를 재결성한 후, 어린 시절 꿈꿨던 뮤직 페스티벌에 참가하기 위해 떠나는 신나는 청춘 버스킹을 그린 영화다. 국내 최초로 뮤지컬과 영화 동시 제작에 나서 화제가 된 작품으로, 뮤지컬 ‘고래고래’ 공연이 먼저 관객과 만난 뒤 뒤늦게 영화 버전이 정식 개봉하게 됐다.

스타를 꿈꾸는 ‘호빈’은 10년 동안 무명배우로 지내며 지쳐있지만 정작 자신의 실상을 모르는 고향 친구들 앞에선 온갖 허세를 다 부리며 잘난 척을 한다.

조한선은 “영화 속에서 함께 나오는 (당나귀)짱아는 1등 탑스타이다. 비가 오면 우산을 씌워주고, 목이 마르다 싶으면 바로 바로 물을 챙겨줘야 한다. 촬영을 거부해도 누가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더라. 우리는 짱아 컨디션에 따라서 움직여야 할 정도였다.”고 말하며 웃었다.


배우 조한선은 영화 ‘마차타고 고래고래’에서 스타를 꿈꾸는 ‘호빈’역으로 출연해 연기변신을 꾀했다.


홍익대 산업 스포츠학을 전공하고 패션 모델로 데뷔한 조한선은 2001년 OB맥주 CF로 브라운관에 첫 등장해 연기자로 영역을 넓혔다. 큰 키와 남성적인 마스크, 탁월한 연기력으로 주목받은 배우이다. 영화 속 인물 ‘호빈’과 실제 배우 조한선의 히스토리는 다른 듯 닮아있었다. 호빈은 언젠가는 스타가 되고 싶다는 열망이 가득하다면, 한선은 다시 한번 많은 이들에게 인정받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꿈이 간절했다.

“호빈이란 인물을 보면서 공감이 됐어요. 10년차 무명 배우까지는 아니겠지만, 무명 같은 무명 배우 느낌을 받을 때가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더 이 작품이 끌렸던 것 같아요. 또 누구보다 뜨고 싶어싶다는 호빈의 그런 마음이 제 가슴 한 켠에 아예 없다고는 말 할 수 없을 듯 해요.”

조한선은 이번 영화에서 유쾌하고 익살스러운 모습으로 연기변신을 꾀했다. 특히 ‘멋’을 내려놓고 망가지는 캐릭터를 실감나게 선보여 보다 친근한 모습으로 대중에게 다가온다. 그는 “나를 내려 놓고 싶었다”며 “모든 걸 내려놓고 현장에서 자유롭게 놀 수 있었서 좋았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그동안 형사나 건달 같은 남자다운 역할을 주로 했어요. 이번엔 제 3자의 시선으로 날 바라보면서 좀 더 풀어진 연기를 하고 싶었어요. 무엇보다 이번 영화를 함께한 김신의 형, 박효주, 김신의, 한지상, 김재범, 윤경호 등을 만난 게 저에겐 행운이었어요. 노래 뿐 아니라 연기도 잘하는 분들이었어요. 배울 것도 많은 분들이었구요. 그들과 함께 ‘청춘’ 영화를 찍으면서 같은 시간을 보냈다는 게 좋은 기억으로 남았습니다.”









조한선이 20대부터 이렇게 취재진에게 말을 친근하게 꺼내놓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20대의 조한선보다 30대의 조한선에겐 보다 따뜻한 기운이 풍겨졌다. 스타에서 배우로 내걷는 인생 2막의 첫걸음을 더욱 응원하게 했다.

“나이를 먹고 세월이 지나면서 저도 아이 아빠가 됐어요. 가족을 책임져야 하는 가장의 위치에 있다보니, 또 아이들 친구의 가족과도 교류를 갖게 되면서 더 사교적이 됐어요. 소소한 일상의 소중함을 알게 되면서 말이 트였나봐요(웃음). 이전보다 주변을 더 보게 됐어요. 저도 모르게 천천히 변한 것 같아요.”

조한선은 막연히 ‘마차타고 고래고래’가 흥행 하기를 기대하지 않았다. 솔직한 마음으로 “손해 보는 영화가 아니었으면 한다”고 털어놓은 것. 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 안 되면 다음 영화 잘되면 된다’는 생각도 사라졌다. 연기에 대한 자세가 그 누구보다 진지했다.

“올해 거창한 계획은 없습니다. 이번 영화가 안 되면 쉬어야(?) 합니다. 저희 영화를 꼭 보라고 이야기 하고 싶진 않아요. 죽음의 5월이라고 말 하듯, 저희 영화 개봉 시기 앞뒤로 대작들이 많다는 것 잘 알고 있습니다. 저희 같은 건강한 음악 영화도 있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해요. 저희 영화에 투자하신 분들에게 손해를 안 끼쳤으면 하는 마음이 큽니다.”

조한선이 나아가야 할 배우의 길이 순탄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앞길이 훤히 뚫린 것보다 어렵게 굴곡진 길을 가다 보면 한번쯤 좋은 길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며 묵묵히 배우의 길을 걸어가고자 했다.

“모든 것들은 이유가 있다고 생각해요. 저 역시 저에게 문제가 있기 때문에 잊혔다고 봐요.그렇다고 ‘난 왜 이럴까’ 개탄하거나 절망하지는 않아요. 다 내가 걸어가야 할 길이라고 생각해요.”

그 누구보다 좋은 배우가 되고 싶은 조한선의 진심은 사람 좋은 배우 조진웅에게도 잘 전달됐다. 그렇기에 기꺼이 이번 영화의 특별출연을 단번에 수락한 조진웅은 조한선에게 의미 깊은 문자를 남겼다고 한다. “고생 많았다. 순수한 영화 잘 봤다. 꼭 살아남아라.”란 조진웅의 말이 조한선에게 작은 희망의 불씨를 되살려주기를 기대해본다.

/서경스타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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