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경제성 논리로 예산을 줄이고 있지만 해양 교량은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교육·의료 등 주민 기본권을 보장하는 것은 물론, 내륙과 도서 간 유동인구와 물동량이 급증하고 생활·경제권도 2~3배로 확대되는 시너지 효과를 내기 때문입니다.”
30년 경력의 교량설계 전문가인 최인준(사진) 산하종합기술 대표는 최근 수년간 정부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이 줄어드는 것에 대한 우려가 컸다. 그는 “전남 강진의 출렁다리는 그 자체로 관광상품”이라며 “주민 감소·고령화를 막아 영토 보전에 도움이 되고 근해 어업이나 해양 어족자원 개발을 위한 전진기지 구축의 의미도 가진다”고 강조했다.
지난 2005년 설립된 산하종합기술은 국내 해양 교량 90%가량이 발주되는 여수에 있는 해양 교량 설계업체다. 그간 여수 거문대교(거문도)와 안도대교(금오도~안도) 등을 설계했고 광양에서는 포스코 공장을 잇는 태금교 설계·감리도 맡았다. 수도권에서는 수원 삼성전자 앞 교량을 설계했으며 현재는 삼성물산과 함께 금강하구의 군장대교(군산~장흥)를 공사 중이다. 하지만 최 대표는 향후 업계 전망이 불투명하다고 말한다. 소형 공사 입찰 제한이 없어 대형 설계용역사가 공사를 싹쓸이하는 현행 발주제도 때문이다.
그는 “중소 업체는 낙찰금액 50~60% 수준의 하도급에 의존해 갈수록 운영이 어려워지고 있다”며 “심지어 퇴직한 60~70대 기술자 명의까지 빌려 외형을 부풀리는 대형사가 결국 하도급으로 수수료만 챙겨 어려움이 더 크다”고 말했다. 이어 “길게 보면 젊은 인력을 전문가로 길러내는 토양 자체가 망가지고 있다”며 “과거 교량 건설의 ‘꽃’이던 설계 직이 이제는 기피 대상”이라고 토로했다.
최 대표는 또 정부가 SOC 예산을 늘리면 국내 해양 교량 건설업계는 물론, 해외 진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 예산이 1조원 넘게 들어간 이순신대교는 한때 논란이 많았지만 결국 그 실적을 바탕으로 대림산업이 세계 최장 현수교인 터키 차나칼레대교 수주에 성공했다”며 “연도교·연육교나 해협횡단 건설 등 SOC 투자가 결국 국가적 이익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유기자 030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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