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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 고아성 “비참한 순간 多…갑을 구별, 좋아하지 않는다”

‘자체발광 오피스’ 속 ‘사이다 은호원’을 기억하는 이에게 배우 고아성의 본모습은 다소 낯설게 다가올지도 모르겠다. 할 말 다 하고 소리도 맘껏 지르는 은호원과 달리 고아성은 수줍은 미소와 나지막한 목소리가 인상적이었다.

지난 4일 종영한 MBC 드라마 ‘자체발광 오피스’는 시한부 삶에 충격 받고 180도 변신하는 ‘슈퍼 을’의 오피스 입문기. 고아성은 극 중 5년째 취업 준비를 하다 겨우 계약직으로 채용됐지만 6개월 시한부 선고를 받게 된 은호원 역을 맡았다. 짠내나는 청춘을 현실적으로 그려내며 시청자들의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배우 고아성이 17일 서울 성동구 한 카페에서 열린 MBC 수목드라마 ‘자체발광 오피스’ 종방 인터뷰를 갖기 전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사진=지수진 기자




“종영한 시점에서 만족스러운 부분이 있어요. 연기를 오래 해왔지만, 가진 끼를 다 펼칠 수 있던 작품이 없었거든요. 이런 기회가 정말 드물다는 것을 알기에, 소중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연기했습니다. 사실 제가 나온 작품은 객관적으로 보기가 힘들어요. 영화처럼 몇 년이 지난 후 다시 봐야 어떤 점이 부족했는지 보일 것 같아요.”

앞서 말했듯 고아성과 은호원은 닮은 점보다 다른 점이 더 많다. 우선 은호원처럼 천방지축이지 않다. 스스로를 밝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살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3개월을 원래부터 밝은 사람인 것처럼 살 수 있는 이유가 있었다. 그가 직접 연기했던 은호원의 대사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

“호원이의 대사 중에 ‘아주 간단한 행복 법칙을 죽을 때가 돼서야 깨달았다. 오늘만 행복하게 살자. 오늘만 행복하게 마무리하면 매일매일이 행복한 삶이 된다’라는 게 있어요. 어느 순간 돌이켜보니까 제 원래 모습과 다르게 은호원처럼 밝고 쾌활하게 살고 있더라고요. 그런 것을 깨닫고 나니, 제가 원래 어떤 사람이었는지는 중요하지 않아졌어요.”

연기는 변신의 연속이다. 고아성은 이번 작품에서도 은호원이라는 새로운 옷을 입었다. 전혀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음에도 결국 은호원을 연기해냈다. 물론 그렇게 되기까지 많은 고민을 거쳤고 선배에게 조언도 들었다. ‘매 작품을 할 때마다 정말 다른 사람이 되고 싶다’는 배우로서의 욕심을 이루기 위해서 반대로 욕심을 버렸다.

“작품에 들어가기 전에 어떻게 하면 더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어낼까 고민했죠. 그런데 류현경 배우님이 ‘어떤 역할을 하든 내가 아닐 수는 없다. 내가 아닌 사람으로 산다는 것은 욕심에 가깝다. 그래도 충족하고 싶다면 평소에 다채롭게 사는 게 가장 유리하다’고 하시더라고요. 그 말에서 크게 배웠죠. 제 안의 밝은 모습을 꺼내려 했어요.”

사실 오피스물이라는 장르 자체가 배우와는 동떨어져 보이기도 한다. 평범한 직장생활을 해 본 적이 없는데 그 감정을 어떻게 표현해낼지 괜한 우려도 생긴다. 그러나 고아성은 단호했다. 배우라고 해서 평범한 삶에 대해 모를 것이라는 것은 오해라고. 또한 연기라는 게 무조건 경험에서만 나오는 것은 아니라고도 덧붙였다.

“예를 들어, 제가 출산을 안 했지만 정말 하는 것 마냥 연기를 할 수도 있는 거잖아요. 연기라는 게 어떻게 보면 참 뻔뻔해요. 다른 분들도 제가 출산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지만 이입해서 봐주시잖아요. 그런 게 연기의 재미죠. 우선 역할에 이입하기 위해 상상을 많이 하고, 그 상상 이상을 얻어내려고 노력해요. 어떻게든 역할에 공감한 후에야 연기를 할 수 있어요.”



배우 고아성이 17일 서울 성동구 한 카페에서 열린 MBC 수목드라마 ‘자체발광 오피스’ 종방 인터뷰를 갖기 전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사진=지수진 기자


극 중 은호원은 취준생부터 계약직, 잠깐이지만 시한부 삶까지 거친 파란만장하고 비참한 인생의 사는 인물. 고아성과는 무척이나 다른 환경일 것 같은데 사실은 본인도 배우로서 비참한 순간이 많았단다. 갑인 상황도 있었지만 반대로 을인 상황도 숱하게 있어왔다. 사실 갑과 을을 구별하는 것 자체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대답에서 정말 ‘은호원 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럽고 비참한 일이 많아서일까. 은호원은 울기도 참 많이 울었다. 그가 우는 모습은 고아성이 운다기 보단 정말 20대 직장인 은호원이 우는 것 같아 더 안쓰럽고 더 공감이 갔다. 고아성 역시 우는 장면에서 많이 감정 이입했다. 그 중 가장 몰입이 됐던 장면을 물으니 구체적인 상황이 바로 튀어나왔다.

“사내 메일을 전체로 보내는 어마어마한 실수를 하고 나서 회사에 갔을 때요. 엘리베이터에서 계약직이 사고 쳤다는 이야기를 들어요. 점점 열이 받는 중 엘리베이터가 갑자기 덜컹하고, 다른 사람들이 ‘어휴 죽을 뻔 했네’라고 이야기하는데 그게 호원이에게 상처가 되죠. 그때 호원이는 죽을 뻔 한 게 아니라 정말 죽기 직전이거든요.”

이후 은호원은 ‘못해서 그런 게 아니라 몰라서 그런 거다. 안 가르쳐줬기 때문에 모르는 거지, 가르쳐주면 잘 할 수 있다’는 명대사를 내뱉는다. 그 대사를 할 때, 고아성은 진심으로 눈물을 흘렀다. 잘하고 싶은데 몰라서 잘할 수 없었던 본인의 상황들이 떠올라서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드라마 촬영 일정상 개인적 시간을 보낼 여유가 없어서였을까. 감정이입이 유독 많은 작품이었다.

그러다보니 함께 호흡을 맞춘 이동휘, 이호원과도 가까워질 수밖에 없었다. 극 중에서 ‘은장도’라는 애칭 아닌 애칭까지 만들며 끈끈한 유대를 보인 만큼, 현실에서도 그렇게 힘이 될 수 없었다고. 은호원을 연기하면서 ‘이런 동료들이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생각했는데 그런 관계가 현실까지 이어지게 되니 정말 행복했단다. 앞으로 배우활동을 하면서 계속 자신을 든든하게 해 줄 관계가 됐다.

“‘자체발광 오피스’는 저에게 소중한 인연을 만나게 해준 소중한 작품이죠. 이런 인연을 만난다는 게 일생에 한 번 있을까 말까한 선물과도 같은 일이잖아요. 또 배우 분들뿐만 아니라 카메라 감독님을 포함한 스태프 분들에게도 고마운 점이 많아요. 시청률이 아닌 우리가 추구하고자 한 목표를 위해 함께 노력한 모든 분들에게 정말 감사했습니다.”

/서경스타 양지연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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