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러시아 커넥션’을 조사 중인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수사의 칼날을 트럼프의 최측근이자 맏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에게 들이댔다. 제임스 코미 전 FBI 국장의 전격 경질로 정치적 역풍을 맞은 트럼프 대통령과 FBI의 악연이 날로 꼬이고 있다.
미 NBC방송은 25일(현지시간) FBI가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 선거캠프를 이끌었던 쿠슈너 선임고문을 러시아 커넥션과 관련해 조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간 폴 매너포트 전 트럼프캠프 선대본부장과 마이클 플린 전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에게 집중됐던 FBI의 수사가 코미 전 국장 해임 이후 갈수록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 정권의 현역 간부가 러시아 커넥션과 관련해 조사 대상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FBI는 쿠슈너에게 당장 범죄혐의를 두거나 기소할 의도로 조사에 나선 것은 아니지만 그가 가진 주요 정보와 러시아 측 인사와의 접촉 내용을 파헤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쿠슈너 선임고문은 지난해 대선 승리 이후 트럼프 정부 출범 전에 세르게이 키슬랴크 주미 러시아대사를 최소 한 차례 이상 만났으며 러시아 정보기관과 연관돼 있는 국영은행 브네시코놈뱅크(VEB) 행장도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 NBC는 “쿠슈너 조사로 FBI 수사가 백악관 문앞뿐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의 가족에게까지 향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한편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워온 FBI가 특검에 앞서 자존심을 걸고 러시아와 트럼프 선거캠프 간 내통 의혹 수사에 속도를 올리는 가운데 코미 전 국장의 후임으로 가장 유력하게 거론됐던 조 리버먼 전 상원의원은 이날 FBI 국장 자리를 고사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리버먼 전 의원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에서 자신이 FBI 수장을 맡으면 ‘이해충돌’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며 제안을 정중히 거절했다고 전했다. 민주당 출신인 리버먼 전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 특검에 대비해 백악관 법률고문단과는 별도로 선임한 마크 카소위츠 변호사와 같은 법률회사에서 일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FBI 수사가 상당 부분 진척돼 이를 희석하거나 무마하기 어려워진 상황에서 부담감이 커졌기 때문에 그가 자리를 고사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뉴욕=손철특파원 runiro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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