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문재인 대통령의 장기 비전 가운데 하나인 ‘한반도 신(新)경제지도’ 구상을 통해 남북 경제협력의 물꼬를 트기로 했다. 국정기획위는 보수 정권에서 남북관계가 급속히 악화됐다는 판단 아래 대북 정책을 유화 기조로 전환해 ‘남북 평화’와 ‘경제 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다는 방침이다.
이수훈 국정기획위 외교안보분과 위원장은 26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사무실에서 진행된 통일부 업무보고에서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남북관계에 대한 냉정한 진단을 내렸다.
이 위원장은 이날 모두발언에서 “(보수가 집권한) 지난 9~10년 사이에 통일부는 너무 어렵게 됐다. 남북관계도 최악”이라며 “심정이 복잡하고 착잡하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뭔가 모멘텀을 만들어서 남북관계가 진전돼야 한다는 국민의 열망에 어떻게 답할 수 있을까 하는 부분이 큰 과제다. 문재인 정부도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업무보고에서 국정기획위는 지난 정권이 제재와 압박에만 치중하다 대북 정책 전개의 시기를 놓쳤다고 판단했다. 앞으로는 북한의 도발에는 단호한 입장을 취하면서도 물밑에서는 대화의 끈을 놓지 않는 유연한 기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기획위는 이 같은 맥락에서 경제협력 활성화를 통해 남북관계를 개선하는 내용의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을 제시했다.
이 위원장은 “문 대통령이 남북 경협 플랜인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에 굉장한 관심을 갖고 있다”며 “경제위기 극복, 일자리 창출의 ‘외적 돌파구’로서 한반도 신경제지도구상은 대단히 중요한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은 중장기적으로 남북을 환동해권·환서해권·중부권 등 3개 권역으로 묶어 경협을 도모한다는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다.
이와 함께 국정기획위는 대북 정책과 한반도 통일에 대한 국민적 컨센서스를 마련하기 위해 ‘국민대협약’을 만들자는 제안도 내놓았다. 이 위원장은 “지난 시기 ‘남남(南南)갈등’ 같은 내부 갈등이 있었는데 통일 문제를 놓고 국민이 함께 갈 수 있는 ‘국민대협약’을 만들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며 “7·4 남북성명 등 기존의 여러 합의는 이미 사문화된 만큼 남북 간 조약에 준하는 기본협정도 한 번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통일부는 인도적 지원과 비정치적 사회·문화 교류부터 재개한 뒤 북핵 상황에 따라 남북관계 정상화를 모색해 나가겠다는 구상을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광온 국정기획위 대변인은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한반도 평화와 새로운 남북관계를 우리가 주도해서 만들어가기 위해서 통일부의 보다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는 데 (통일부와) 공감했다”고 말했다. /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