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명한 석학이자 미국 외교계 거물 즈비그뉴 브레진스키(사진)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26일(현지시각) 별세했다. 향년 89세.
브레진스키의 딸 미카는 이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부친이 동부 이노바 페어팩스 병원에서 평화롭게 숨을 거뒀다고 밝혔다.
폴란드 이민자 출신인 브레진스키는 70년대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 시절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내면서 주이란 미국 대사관 인질 사태 등을 주도적으로 다뤘다.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 더불어 미국을 대표하는 외교 전략가로 꼽힌다.
특히, 브레진스키는 1980년 ‘5·18 광주 민주화운동’ 과정과도 뗄 수 없는 인물이다. 1980년 5월22일 당시 국가안보좌관이었던 브레진스키 등이 참석한 백악관 상황실에서 열린 ‘정책검토회의’에서 참석자들은 ‘필요한 최소한의 무력 사용’을 통한 광주에서의 질서회복을 하기로 했다. 이는 전두환 등 신군부의 유혈진압을 사실상 묵인하는 것이었다. 브레진스키는 이를 ‘단기적으로 지지, 장기적으로 정치발전 압력’이라고 요약하기도 했다.
브레진스키는 저서 ‘전략적 비전’에서는 세계 질서가 재편되는 ‘포스트 아메리카나’ 시대에 가장 위험해질 나라 3곳 중 하나로 한국을 꼽았었다. 지난 2003년 미국의 이란 침공을 비판한 몇 안되는 외교 전략가 중 하나로도 알려졌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이후에는 “중국과 러시아의 긴밀한 협력”이 미국에 가장 큰 위협이 될 것으로도 꼽았다. 지난 2월 뉴욕타임스(NYT) 기고를 통해서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외교 독트린(신조)를 분명히 밝히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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